외교관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취미생활이나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본부근무와 해외근무를 번갈아 하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재미를 붙이고 정이 들라치면 "임무교대"하게되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되다보니 남들에게 이야기할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다.

건강을 위해,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간나는대로 산을
찾지만 상사나 동료들이 제각각 업무에 쫓겨 한번 같이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같은 생활이 계속되던 나에게 올해초 동호인모임이 생긴 것은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바로 "목요회"다.

외무부 국제경제국의 선후배가 매주 목요일 한데 모여 갖는 자유토론
모임인 목요회를 기다리는 것이 이제는 생활의 커다란 즐거움이 됐다.

구성원은 같은 국의 희망자 전원으로 여기에서는 직장의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라는 격식은 서로가 인정을 하지 않는다.

일정한 주제에 대해 자기의 주장이 정연한 논리위에서 펼쳐지는,
자유분방한 토론만이 존재한다.

이같은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의 외교관이 이른바
"다자협상"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서였다.

자신의 의사를 논리있고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무척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우리를 바쁜 가운데서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이유다.

토론의 주제는 아직까지 그린라운드 기후변화협약 금융시장개방 등 업무
와 연관된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화제가 되는 책이나 정치.
사회문제 등으로 폭을 넓히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토론이 끝나면 술한잔과 함께 한주일의 피로를 푸는 것 또한 큰 즐거움
이다. 사실 맡은 업무만 해도 저녁에는 파김치가 되고 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밤을 새워 토론준비를 해서 참가하는 회원들을 볼 때 나는 힘이
솟는 것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목요회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다른 국에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안효승심의관, 김종일경제협력1, 김봉주경제협력2, 양봉열자원협력,
정해욱과학환경, 문하영경제기구과장등과 최성주 이현주 김현명서기관의
열성적이고도 진지한 참여에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