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된다는 사이고의 농담조의 말에 대하여
이와쿠라는 정색을 하고서, 그렇다면 작전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느냐고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었다. 그냥 비켜서 지나가야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진주(진주)를 한다는 건지, 만약 진주를 하려 할때
저지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동산도 진무군의
가는 방향에 나가오카번이 있어서 직접 자신의 작전 영역에 속했던
것이다.

사이고는 굳이 적을 하나 더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중립을 지키고
가만히 있겠다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무방하지 않으냐고 하였다.
내버려두어도 결국은 동북지방의 평정이 완전히 끝나면 자연히 우리
손안에 들어오는 것이지, 칠만석의 조그만한 번이 혼자서 어딜 가겠
느냐, 독립이라도 꾀할 것 같으냐는 것이었다.

"공순의 태도를 보이며 중립을 지키겠다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일 것이오. 듣자니 군비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데, 굳이 건드려서
피를 흘릴 것은 없지 않소" 사이고가 결론을 내리듯이 말하자, 그때
까지 한쪽가에 앉아서 얌전히 듣고만 있던 이와무라세이이치로
(암촌정일랑)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잘 알았습니다. 공순의 태도를 보일 경우에만 중립을 용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무라는 동산도 진무군의 군감(군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의 상전인 이와쿠라를 대신해서 사이고의 지시라고 할
수 있는 결론에 대하여 답변을 한 셈이었다. "공순의 태도를 보이면"
이라는 사이고의 말을 분명히 해두려는 듯이 유난히 그대목을 뚜렷한
억양으로 말이다. 콧대가 반듯하게 뻗은 날카로운 인상인 이와무라
군감은 좌중에서 가장 젊은 스물세 살이었다.

그의 답변의 의도를 알아차린 무장들은 그제야 굳어진 표정을 풀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고, 대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사이고도
야마가다를 힐끗 바라보며 웃어 버렸다.

작전회의를 마치고 회식을 하러 가면서였다. 일행의 맨 뒤를 사이고는
야마가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나가오카번을 칠것 같지요?"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공연한 피를 흘릴 필요가 없는데." "글쎄 말입니다" "귀공이 힘을
써 보시구려" "내가 어떻게요? 작전 영역이 다른데." "만약 싸움이
벌어지면 영역을 따질게 없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