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쇠요, 찬쇠니 쇠를 쫓아야 산다(부금냉금종금)"는 비결로 해서 6.25때
힘있는 사람들은 뜬쇠(철선)를 타고 미국으로 가려했다.

"이익이 밭에 있다(이재전전)"하니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논밭을 사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경제개발이 시작되자 뜬쇠 찬쇠는 투전(투전)으로
변했고 전전은 땅투기로 둔갑했다. 예언서는 전쟁이 끝나봐야 정답이
나온다. 병자호란때는 "거듭 흙이요, 따사한 흙이니 흙을 쫓으라(중토온토
종토)"했는데 눈보라치는 혹한속에서 온돌방에 있던 사람만 살아남았다니
지내놓고나면 다 맞는 얘기가 된다. 우루과이라운드를 전후해서 국제화다,개
방화다, 요란한 경보가 울려퍼진다. 외제가 쏟아져 들어오고 수입이 개방된
지가 언제부터인가. 고도성장기간동안 내내 부정부패와 싸웠는데 이제와서
바로잡지 않으면 더 못나간다하니 해괴하기까지 하다. 무엇이 잘못되기는
단단히 잘못된 모양이다.

우리제품의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제조기술뿐 아니라 기초기술 응용기술,
나아가 설계 수송 유통 금융등 모든 지원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하니
어찌된 노릇인가. 세계 13대 교역국가요, 열다섯번째로 살기좋은 나라가
곧 선진국문턱에 들어서게 되었다는데 우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과거의 개발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밖에는 달리 설명을 늘어놓을수 없다.

우리경제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모방이 일본처럼 창조로 변환
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한다. 기초과학을 발전시켜야 하고 고유
문화의 특징을 살려야 하며 자유와 창의와 정직이 통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방향으로 달렸으며 우선순위도
눈요기거리에 집중되었다. 아무리 예술의 전당을 크게 짓고 화려한 오페라
를 공연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쟁력을 갖겠는가. 부정부패가 주범이다.
특히 연간 20~40%의 인플레는 기업 가계를 막론하고 투기소득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으니 이런 판국에서 기업다운 기업, 물건다운 물건, 기술다운 기술이
개발될수 있었겠는가. 고관대작을 등에 업고 은행돈 꾸어 쓰기 바빴으니
어느 세월에 경쟁력을 키웠겠는가. 오직 줄을 찾고 줄을 대는 일에 이골이
났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경제는 가망이 없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어디엔가 탈출구
가 있을 것이다. UR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선진수준
으로 되어야 한다고 했다(본란 93년12월19일자). 그러나 누가 그렇게 할 것
인가. 국민 각자가 노력하면 된다고 수없이 들어온 얘기다. 그렇다고
예언서대로 정도령을 찾을 것인가. 6.25때는 휴전을 성립시킨 아이젠하워를
"아이정"으로 소목을 끌어대기도 했지만 좀처럼 메시아가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어디서 승기를 잡고 어디서 대첩을 거둘 것인가를 궁리해 보는 것이
당장에 시급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할진대 우리경제의 원죄가 되고있는
금융분야에서 먼저 일대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재작년 그그러께 설비투자가 극히 부진했는데도 20%수준의 통화가
늘었다. 다 어디에 가고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여야 하는가. 금융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 예언서에 승리의 길로 나와있는 뜬쇠는 금융(nimble
sixpence)으로 보아야한다. 그러면 찬쇠는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이 냉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엄하게 따져 빌려주고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며 냉정하게 이자를 받아내야
한다. 단순한 시세차익(rent)을 내는 기업이 아니라 이윤(profit)을 생산
하는 기업에 돈이 들어가야 한다. 사원 간부 임원 회사 네식구가 힘을
합해서 주주 은행 정부 실업자까지 먹여살릴수 있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도록
해야한다. 정감록의 이재전전이란 바로 사구가 일해서 팔구를 윤택하게 할
수있도록 금융이 개조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도
은행도 국제경쟁력을 갖게되며 일평균 1조달러가 거래되는 국제자본시장
으로부터 우리금융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구국적 차원에서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진의는 바로 이런데 있는 것이다.
물가를 잡아야 경쟁력이 커진다는 단순한 표현이 갖는 함축은 엄청나다.
개방이 개혁을 촉진할수 있겠지만 글라스노스트가 페레스트로이카로
연결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리미리 예단하고 주체적으로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