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막부의 육해군 총재로서의 정장을 하고서 가교에 몸을 싣고
경호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쓰는 사이고를 찾아갔었다. 그런데 갈
때나 돌아올 때나 가교 안에서 그는 몹시 자괴(자괴)를 느꼈다. 패자가
승자를 만나 탄원을 하는 처지에 요란한 행차를 한다는게 어쩐지
부끄러웠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사람들이
길가에 걸음을 멈추고 서서 행렬을 바라보며 서로 수군거리기도 했고,
더러는 욕지거리를 하는듯 씨부렁대는 표정이 가교의 창구멍으로 내다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행길에서 아무도 자기를 알아볼수 없도록 평복 차림
으로 말에 올라 마부 한 사람만 거느리고 에도성을 나섰던 것이다.
그런 행색이어서 성의 수문군들도 첫눈에는 누군지 잘 알아보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게 기분좋아서 마부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가쓰는 건들건들 반월형의 다리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말이 다리의
둥그스름한 맨 윗부분에 올라섰을 때였다.

쾅! 어디선지 총소리가 울렸다.

"윽!" 마상에서 가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찔끔 움츠리면서 얼른
상반신을 굽혔다.

피융! 하고 총알이 한쪽 귀를 스치듯 하면서 지나갔다.

쾅! 또 한 방이 울렸다.

"으악!" 이번에는 마부가 비명을 지르며 고삐를 놓고 벌렁 뒤로
나가 떨어졌다.

쾅! 또 울렸다.

"달려라! 뒤쪽으로!" 가쓰는 정신없이 냅다 말의 고삐를 낚아채며 채찍을
가했다.

말은 히히힝! 코를 불며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군마(군마)여서 빠르기가 비호 같았다.

이제 더는 총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다리 건너편 골목 어귀에서
서성거리던 수상한 사내의 모습도 어느덧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가쓰는 딴길로 말을 달려서 무사히 에도성으로
돌아갈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부는 다리 위에 낭자하게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었다.

골목 어귀에서 가쓰를 저격한 수상한 사내는 끝내 잡히질 않아, 가쓰를
죽이려고 했던 그 저격자가 누군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막부 진영의
군졸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들을 할 뿐이었다. 군사들 가운데는
쇼군 요시노부가 공순의 길로 들어가고, 육해군 총재인 가쓰가 전권을
위임 받아 동정군 총재인 사이고에게 항복 교섭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