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렘브란트 자화상
한 사람의 예술가를 이해하는 데 자화상보다 더 확실한 장르는 없다. 화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과 감정, 모습을 자화상 속에 솔직하게 드러냈다. 서양 미술사에서 위대한 화가로 추앙받는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 역시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솔직하게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화상만 100여 점을 남길 만큼 내면의 소리까지 표현해내려 고심했다.

렘브란트가 1660년 완성한 이 그림은 갑작스러운 부인의 죽음과 경제적 파산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54세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걸작이다. 챙이 없는 베레모 형태의 모자를 사실적으로 붓질했고, 이마의 잔주름을 살아 있는 듯 그려 세월의 무게까지 아울렀다.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하는 기법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사용해 젊은 시절의 환희와 고통으로 얼룩진 말년의 인생을 은유했다. 암갈색 계통의 어두운 색을 사용해 전체 화면에 통일감도 줬다. 깊은 성찰에 의한 내면의 모습과 초연한 작가의 정신성을 포착한 기교에서 거장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