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새벽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미국과 중국 ‘G2’가 대북 압박의 공조(共助)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이후 15일 만에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을 엄중 경고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서의 대응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간과 NSC 개최 시간 등을 ‘분’ 단위로 알리며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조차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이라는 식의 원칙론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정쩡한 회유론’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는커녕 미국 일본 등과의 사이에 미묘한 의견 차이만 부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이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상관없이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으로 대화 국면이 형성될 때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중국의 엇박자도 문제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모든 관련국은 자제하고 지역 긴장을 더 악화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내놨다. 한국의 새 정부가 대화 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북한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인데, 양쪽이 다 자제하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야당들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어야 한다”거나 “새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걷어내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스탠스를 넓혀주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의미가 모호한 메시지를 남발하는 것은 스스로의 신뢰만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