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대책, LPG차 규제부터 풀어야
서울이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공기 오염이 심한 3대 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서울의 대기 오염 상황을 이같이 보도하면서, 대기 오염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060년까지 한국인 900만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도 전했다. 이미 심해질 대로 심해진 미세먼지를 눈과 코로 느끼던 터였다. 그 잿빛 하늘 아래에서 5월 ‘장미대선’이 준비되고 있다. 각 후보의 장밋빛 공약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그 안에 장밋빛 대기환경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별 편차는 있으나 현재까지 주요 대선후보들의 미세먼지 대책은 대체로 기존 규제 기준의 강화와 측정기 설치 확대, 경보시스템 도입 등 방어적 사후대책에 치중돼 있다. 후보 간 공약도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환경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만 하고 있다. 표심(票心) 얻기용 대증요법만 내놨을 뿐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책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마스크를 써라”는 식의 대국민 계도나 “어린이 실내체육관과 공기청정기 보급을 늘리겠다”는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국민 마음을 사기 어렵다.

최근 수도권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 영향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0㎍/㎥을 넘어서는 고농도 시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1년 전체로 보자면 국외 영향은 30~50% 수준이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노후 경유차의 경우 대기 중 미세먼지 기여도는 15%이지만 발암 위해성 기여도는 80%가 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관리는 배출기여도뿐 아니라 인체위해성을 함께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 오염원에 대해서는, 석탄화력 발전소의 점진적 폐지와 같은 먼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LPG차 사용제한 폐지 등 즉시 적용 가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장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PM10)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의 원인물질이 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매우 낮은 LPG 차량은 유럽 등 해외에서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LPG차는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형 친환경차들과 달리 이미 충전 인프라와 현실성 있는 가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 ‘브리지 연료’로서 사용 가치가 충분하다. 정책 시행에 수반되는 국민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민을 옥죄는 규제를 늘려가는 것보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고 바람직한 사고를 해가는 게 필요한 대목이다.

4월 중순이면 선명하게 드러날 각 정당별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일각에서는 기간이 짧아 충분한 공약검증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불을 켜고 공약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외교, 안보, 경제, 고용 등 중요한 분야가 많겠지만 그 가운데 환경을 위한 깊이 있는 고민과 백년대계가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제35조 제1항)’고 국민의 환경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5년 뒤 20대 대선은 쾌청한 봄 하늘 아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겨주는 후보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강광규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