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일자리 다 틀어막아놓고 무슨 대책이라는 건가
정부가 올 한 해 청년일자리 예산으로만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장기근속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취업과정의 면접비 등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강화 같은 데 쓰인다. 지난해보다 9.5%나 늘어난 것으로, 고용노동부 새해 업무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청년층 구직이 특히 어려울 것이라며 조기집행도 강조했지만 청년 취업난은 이미 구조적, 만성적 난제다.

정부의 고민은 이해가 간다.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한경 1월4일자 A35면 사설)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학·전문대 졸업자는 2010년 62만9000명에서 지난해 68만5000명으로 증가세다. 예산으로만 된다면 억지 일자리라도 만들어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는 대책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도 어렵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어려울수록 근본 문제를 봐야 한다. 청년 취업난은 규제 입법, 타성적 행정, 기업을 대하는 사회적 풍토가 반영된 총체적 결과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다. 놀이시설도 병원도 우버택시도 호텔도 다 막아놓고 어떻게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나.

사례들을 한번 보자. 2012년부터 추진하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지난 연말에 무산됐다. 대통령 주재로 확정된 안이 문화재청 산하의 한 위원회 반대로 마지막에 막혀버린 것이다. 알프스에도 있는 케이블카를 설악산엔 안 된다면서도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면 난센스다. 화성의 유니버설스튜디오도 검토와 추진만 반복하다 무위로 끝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개장한 상하이의 디즈니랜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상하이의 새 명물이 됐다. 규제에 막힌 게임산업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넘어갔다.

‘영리병원 불가’라는 해묵은 구호는 의료의 산업화를 막고, 최상급 한옥호텔은 학교 인근이라고 물거품됐다. 우버택시, 콜버스 등 신산업도 강고한 진입규제를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을 죽인다고 최고 국책연구소인 KDI가 경고를 하고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도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적시까지 했지만 입법 규제는 좀체 바뀌지 않는다. 골목상권·전통시장 살리기는 청년일자리 정책에서도 엉터리다. 청년들은 보수도 높은 현대식 대형마트의 일자리를 원하는데 생산성이 낮은 전통시장을 육성하겠다니 이런 데서도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긴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정년 60세법도 고용 유연성에는 손도 못 댄 채 성급히 도입한 법이었다.

모두가 경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사회로 가고 있다. 그 중심에 국회가 있다. 19대에 이어 20대까지 경제민주화의 구호 아래 온갖 규제입법 제정 일변도로 달려왔다. 광장의 한쪽 눈치만 살피느라 여야, 보수·진보의 차별화도 없다.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간 ‘바른정당’은 좌편향 논란 속에 결국 당명에서 ‘보수’는 빼버릴 정도였다. 청년들은 ‘헬조선’이라며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지만, 정작 욕을 들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봐야 한다.

일자리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투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수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할 일은 그런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산의 다과 문제도 아니다. 반기업, 반시장이 아니라 친기업, 친시장으로 기업과 시장, 즉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그런 노력의 자연스런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