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경미한 교통사고로라도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발의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 또는 공제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기소할 수 있게 된다. 연간 교통사고 인명피해가 100만명에 달하는데 이런 법이라면 전과자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당사자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기어이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과잉 범죄화 입법이다.

평범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될 수도 있게 된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는 전과자가 이미 너무 많다.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 수가 1100만명(2010년 기준)에 근접해 15세 이상 전체 성인 인구의 26.5%(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나 된다. 특히 끊임없이 늘고 있는 행정규제가 문제로, 국내 전과자 가운데 70%가 일반형법이 아니라, 행정규제 위반자였다.

엊그제 신년보고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도입하기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보자. 고의나 과실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준 기업에 소비자 피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방안인데 돈이 없는 중소기업 사장은 교도소에서 몸으로 때우는 길밖에 없다. 대형 사고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다 잡아넣겠다’고 나서는 것은 증오의 법제화요 인기영합적 정치일 뿐이다. 하기야 ‘김영란법’이야말로 전 국민을 뇌물을 주고받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증오의 법제화에 다름 아니었다.

교도소와 구치소는 이미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2015년 6월 현재 전국 교도소·구치소 수용정원은 4만6700명이지만 실제 수용인원은 5만3990명으로 수용률이 115.6%나 된다. 누구를 어디에 더 집어넣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법이 타락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