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정규 사원의 부업이나 겸업을 ‘원칙 허용’키로 하고 이를 골자로 한 ‘모범 취업규칙’을 연내 개정한다는 보도다. ‘모범 취업규칙’은 강제성은 없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이 이를 그대로 취업규칙으로 쓰고 있어 파급력이 크다. 부업·겸업 허용은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일본이 짜낸 고육책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700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어 2013년에는 32년 만에 8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력이 되는 근로자들이 주된 직장 말고 다른 회사에서도 일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망자도 많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부업 희망자가 전체 취업자의 5.7%인 37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종신고용’ ‘평생직장’의 상징이던 일본의 새로운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적잖은 충격이다. 일본의 ‘회사인간’들이 이제 다른 직장에도 다니고 집안 부업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부업이나 겸업은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재직자가 벤처창업을 원할 때 겸직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정도다. 중국은 한 직장 급여만으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어 겸업이나 부업을 하는 직장인이 실제 많지만 법으로 허용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부업·겸업이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구직자는 넘치는 반면 일자리가 여전히 부족해서다.

일본은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부나 장애인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텔레워크’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고 현재 64세까지인 생산가능인구 연령을 69세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실현되는 부업·겸업 허용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사례요, 시장 변화의 반영이다. 지금이야 일본도 취업규칙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변화가 더 빨라지면 회사와 근로자 간 개별 계약을 최우선으로 삼는 관행이 늘어날 것이다. 노동개혁이란 판만 거창하게 깔아놓고 한 발짝도 못 나간 우리 현실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