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12월 촛불시민혁명 12대 입법·정책 과제’란 걸 발표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를 대선 정국에서 아젠다를 선점하겠다는 듯 ‘12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혁명 운운하는 작명부터가 기회주의적이지만 내용은 더 가관이다. 시장을 죽이고 말 것이 분명한 반시장 입법과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거나 시국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은 없다. 오직 지금의 정치 분위기에 편승하겠다는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과연 공당이 토론과 검토를 거쳐 내놓은 정책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부분 19대 국회 때 정부, 여당의 반대에 밀려 실현하지 못한 것들이고 새로운 것이라야 ‘광장’의 눈높이에 맞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책들뿐이다. ‘부정축재 재산의 국고환수특별법 제정’이나 ‘국회 청문회 불출석자 통화내역 및 위치정보 제공’ ‘공익법인의 정기적 회계 감사 및 사업보고 의무화’ 등이 골자인데 기존 법과 행정력으로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입법만능주의’의 소산일 뿐이다.

여기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의 24시간 일정 공개 의무화’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 ‘국가보안’의 개념도 전혀 모르는 소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은 왜 빠진 것인가. ‘예산·법안이 특정 기업에 미치는 수혜영향 공개’는 현실성도 없거니와 보편입법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쪽지 예산’에 맛들인 국회의원이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또 ‘대통령,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겠다는 것은 법치 아닌 ‘촛불’을 제도화하겠다는 시도와 다름 없다. 광장의 열기가 제도화되면 민주당만 혜택을 본다고 믿는 것인가.

경제 관련 정책은 민주당의 수준을 말해준다. 이미 실패한 경제민주화의 재탕이고 새로운 것이라야 반시장적 정책뿐이다. 전·월세 상한제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연한 10년 확대’는 집주인 등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 기업들로부터 1조원을 거둬 농어촌상생기금을 만든다는 것도 초법적 발상이다. 대통령이 수백억원을 거두면 뇌물이고 야당이 무려 1조원을 거두면 괜찮다는 발상이 신기하다. 또 대기업은 주주대표소송제 도입 등으로 견제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기어이 끼워 넣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중단시키겠다는 것도 월권이다. 사드 배치를 백지화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 의 이행을 거부하며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는 등은 이미 이 정부에서 확정돼 시행 중인 사안이다. 굳이 이들 정책의 폐지나 수정 혹은 개선을 원한다면 이는 차기 정권에서 논의할 사안이다. 시장 개입을 노골화한 즉물적 경제정책으로는 수권정당 자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