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하이 스캔들' 망신 잊은 외교부
2011년 중국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에서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이 발생했다. 당시 영사 몇 명이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내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성추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외교관의 공직기강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외교부도 근무 기강 강화를 다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외교부는 최근 “남미지역 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이 현지인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자 설명에 따르면 이 외교관은 주재국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만난 14세가량의 여학생과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한 혐의다. 이 사건은 칠레 방송국의 기획 취재로 알려지게 됐다. 외교부는 취재진이 여학생 한 명을 해당 외교관에게 접근시킨 뒤 신체 접촉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송이 엉뚱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외교관은 이전에도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됐고 해당 방송사까지 이를 알았다고 한다. 이번 문제로 한국 외교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자명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외교부 징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교부 내 징계 36건 중 11건이 성 문제와 관련됐다. 이 중 6건은 해외 공관에서 발생했다. 2012, 2013, 2015, 2016년 등 거의 매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외교부 내 ‘성 기강 위반’이 매번 국감에서 지적받았으나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외교관에 대해 직무 정지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징계 및 형사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질의에서도 징계나 대책과 관련해 외교부로부터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뛰는 외교관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단 한 건의 사고만으로도 국격과 외교력은 한순간에 추락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외교부 본부와 현지 공관장의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상하이 스캔들’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면 외교부는 그동안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박상익 정치부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