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CJ블루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는 김성수 CJ E&M 대표(왼쪽)와 레띠투이응아 블루그룹 회장.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CJ블루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는 김성수 CJ E&M 대표(왼쪽)와 레띠투이응아 블루그룹 회장.
종합 콘텐츠기업 CJ E&M이 현지 기업 인수 및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과 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광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방송 ‘tvN아시아’를 통해 대만 등 10개국에 방송하고 있는 데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CJ E&M은 태국 최대 종합 미디어기업 트루비전스와 미디어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트루CJ크리에이션’을 설립한 데 이어 베트남 유력 콘텐츠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블루’를 출범시켰다고 16일 발표했다. CJ E&M 관계자는 “잇따른 현지법인 설립은 동남아 진출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베트남과 태국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라며 “포화 상태인 국내 문화콘텐츠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대표 콘텐츠기업 만든다

CJ E&M, 베트남·태국에 현지법인…동남아 시장 공략 박차
베트남에서 외국 기업이 현지 미디어콘텐츠업체를 인수한 것은 CJ E&M이 처음이다. 블루그룹은 연간 매출 800억원의 베트남 3위 콘텐츠 제작 및 광고 대행사다. CJ E&M은 기존 블루그룹의 현지 시장에 대한 전문성에 CJ의 콘텐츠 기획·제작력을 보태 CJ블루 매출을 5년 안에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CJ블루는 앞으로 드라마, 예능 등 CJ의 기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이고 한국 스태프들이 참여해 현지화한 예능 및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튜디오 등 기반 시설에도 투자해 베트남 대표 콘텐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광고 상품 기획 및 효과 분석 등에 대한 CJ E&M의 노하우와 블루그룹의 영업 역량을 더해 광고 매출도 증대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 광고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다.
CJ E&M이 지난해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해 베트남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내가 니 할매다’.
CJ E&M이 지난해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해 베트남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내가 니 할매다’.
◆태국 현지 최대 미디어업체와 협업

태국 합작법인 트루CJ크리에이션의 현지 파트너인 트루비전스는 연간 매출 60조원 규모의 태국 재계 1위 CP그룹 계열사로 디지털 지상파 방송 사업자이자 태국에서 유일하게 전국에 방송을 내보내는 최대 유료방송사업자(MSP)다.

CJ E&M은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과 트루비전스의 현지 미디어 사업 인프라를 결합해 태국에서 현지화한 방송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CP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광고, 디지털 사업, 페스티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트루CJ크리에이션은 태국판 여성 라이프스타일 쇼 ‘겟잇뷰티’와 드라마 ‘너를 기억해’ 등 CJ E&M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태국 현지에서 순차적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포함해 내년까지 세 편, 2021년까지 10편 이상의 드라마 및 예능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태국 미디어시장은 2019년까지 연평균 6.3%씩 성장해 42억53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남아 사업 확장 ‘박차’

CJ E&M은 베트남과 태국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와 현지 합작영화 ‘마이가 결정할게2’로 역대 흥행 영화 1·2위 기록을 갖고 있다. 베트남 국영 방송국 VTV와 함께 만든 드라마 ‘오늘도 청춘’은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태국에선 음악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지상파 채널 워크포인트에서 지난 1월부터 방송돼 동시간대 평균 시청률의 다섯 배나 되는 4%를 기록했다. 태국판 예능 ‘렛미인’도 평균 4.5% 시청률을 나타냈다.

김성수 CJ E&M 대표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별 핵심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화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 베트남과 태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인근 동남아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