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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눈총 받은 '김영란법' 더치페이

입력 2016-10-13 17:59:35 | 수정 2016-10-14 13:42:30 | 지면정보 2016-10-14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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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 업무관련성'이 뭐길래…

저녁식사 대신 와인
경제부총리·금융 CEO 간담회
'김영란법' 눈치 보느라 식사 피해 밤 9시30분 시작
간단한 다과만 준비

더치페이 결제에 1시간
총 비용 450달러를 n분의 1
1인당 30달러 미만으로 14개 기관이 따로 계산
수행원 카드들고 긴 줄 '진풍경'

미국 호텔 "한국에 무슨 일이…"
권익위원회 애매모호한 직무 관련성 해석에 정부·은행연합회 모두 몸사려
호텔측 "한국손님 못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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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밤 9시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회사 수장들 간 간담회가 열렸다. 윤종규 KB, 한동우 신한, 김정태 하나 등 민간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주요 국책은행장까지 빠짐없이 참석했다.

‘김영란법’이 뭐길래 …

이날 간담회는 2년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매번 관행적으로 열리는 모임이었다. 올해 간담회가 늦은 시간에 열린 이유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때문이었다. 이전까지는 만찬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지만 올해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여서 경제부총리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식사 자리를 갖는 게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논란을 의식해 식사를 제외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나 차 한 잔으로 ‘때우기’에는 아쉽다는 의견이 많아 와인과 간단한 다과를 놓고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무 준비를 맡은 전국은행연합회는 참석 금융사에 별도의 지정좌석 없이, 비용은 균등분할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각자 부담하는 금액도 30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다. 김영란법이 정한 식사금액 한도인 3만원의 원·달러 환율을 적용한 액수였다.

‘n분의 1’씩 결제 요청에 호텔은 황당

해프닝은 약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간담회가 끝난 밤 11시 무렵 벌어졌다. 유 부총리가 먼저 자리를 뜬 뒤였다. 참석한 금융사들이 총비용(450달러 안팎)을 각자 법인카드로 ‘n분의 1’씩 결제해달라고 요청하자 호텔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호텔 관계자가 450달러 안팎의 금액을 1인당 30달러가 채 안되는 액수로, 14군데로 쪼개서 결제해달라고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고 전했다. 결국 호텔 직원이 카드를 받아 일일이 전표를 찍고, 참석자별로 금액과 팁까지 확인한 뒤 사인을 받아 결제하는 ‘복잡한’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결제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CEO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스무 명 가까운 수행원이 끙끙대며 로비에서 결제 순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부 금융사는 CEO를 무한정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법인카드를 은행연합회에 맡겨 결제를 부탁한 뒤 먼저 떠나기도 했다. 더치페이를 위한 증빙이 필요하다 보니 현금으로 낼 수 없어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의전성 출장관행 재검토 지적까지

기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날 간담회 모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인사는 “김영란법에서 정한 직접적 직무 관련성의 해석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어 정부와 은행연합회 모두 몸을 사린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사이에서는 기재부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금융회사 CEO와 만나 업계 현안을 듣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로 볼 수 있는 만큼 권익위 뒤에 숨지 말고 소신있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경제부총리와 금융계 수장들이 외부 시선을 의식해 밤늦게 만나고, 비용도 3만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 것 자체가 간담회 성격이 떳떳하지 않다는 걸 인정한 꼴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의전성 출장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은정 기자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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