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기술의 빠른 진화로 전자기기 완성품 개념 사라질 것"
“하드웨어 제품이 갈수록 소프트웨어(SW)와 밀접히 결합하고 있습니다. SW는 특성상 계속 개선되기 때문에 전자기기에는 ‘완성품’ 개념이 사라질 겁니다.”

‘1인 제조’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두이노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 스웨덴 말뫼대 교수(사진)는 지난 11일 기자와 만나 “과거 TV는 방송 수신 기능만 가진 독립된 기기였지만 이제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내장하면서 계속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며 “SW가 전자기기의 기존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날부터 이틀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 ‘스타트업콘 2016’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05년 탄생한 아두이노는 컴퓨터 역할을 하는 기판(보드)과 이를 프로그래밍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도구를 제조하는 회사다. 20~30달러 정도의 아두이노 보드에 모터나 센서 등 부품을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짜면 간단한 로봇도 제작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직접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어 1인 제조와 SW 프로그래밍 교육 열풍을 주도했다. 유사품을 포함해 500만개 이상의 아두이노 보드가 팔렸다.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SW 엔지니어를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라며 “SW 교육 대중화를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드웨어가 표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대중화된 것처럼 SW도 표준화를 통해 더 배우기 쉽게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책을 넘어 그림이나 음성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모든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면서도 “국가별로 발전 상황에 따라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신기기 제조사 에릭슨에서 블루투스 기술을 개발할 때 관련 부서 직원은 150명이었으나 대중화 이후 15명으로 줄었다”며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기기 보급 이후 수요가 줄어들지만 다음에는 SW 전문가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서울 논현동 삼성디자인학교(SADI)에서 초빙교수로 7개월간 근무한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한국에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생이 많다”며 “이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SW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