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전공한 오신환 의원이 '사시 존치론자' 된 까닭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사진)의 국회 집무실에는 성인 남성 키 높이를 넘는 ‘20대 총선 공약 사업추진현황’ 목록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가장 맨 위 1번으로 적혀 있는 공약은 ‘사법시험·로스쿨 병행존치’다. 오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19대 국회에 처음 입성할 당시에도 ‘사법시험 존치’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 의원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제1호 법안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제도를 모두 존속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라며 “비슷한 법안을 (같은 당) 김학용, 함진규 의원도 발의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 의원이 ‘사시 존치론자’가 된 것은 그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 ‘신림동 고시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시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구 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현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문제를 파헤치다 보니 지역구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쿨 진학을 하지 못한 법조인 지망생에게도 검정고시와 같은 개념으로 별도 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취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 의원은 “법조인 선발권을 독점한 로스쿨이 기득권 세력이 됐다”며 “사법고시가 가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로스쿨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사법고시와 이원화해 병행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로스쿨이 변호사 자격취득 구조를 독점하면서 ‘변시낭인(변호사시험 낭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등 사법고시 때보다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사시 존치에 열정을 쏟고 있는 오 의원의 대학 시절 전공은 ‘연극’이다. 그는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1기로 졸업했다. 동기로는 배우 오만석, 이선균, 장동건 씨 등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9일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예술인 등록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 의원은 “현장에서 연극을 하고 문화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예술인이 처한 상황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공천을 받아 만 35세에 최연소 서울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꾸준히 국회의원의 문을 두드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