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지원금상한제(하)] 프리미엄폰 위주 시장 재편…제조사, 밑천따라 희비 갈리나
[ 이진욱 / 박희진 기자 ] "프리미엄폰 위주로 휴대폰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지원금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국내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의견엔 동조하고 있지만 제각기 입장은 또 엇갈린다.

제조사들은 상한제 폐지가 침체된 휴대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에서 위축됐던 프리미엄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휴대전화기 시장 규모는 2013년에 2100만대 안팎에 달했지만,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1800만~190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정부에 상한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은 중저가폰 위주로 바뀌었다"며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상한제가 없어진다면 시장이 프리미엄폰 위주로 바뀌면서 제조사들에게 수익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이 막강한 삼성전자로선 상한제 폐지가 나쁠게 없다. 상한제가 조기 폐지되면 이통사와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함께 지원하는 삼성전자는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갤럭시S7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을 싸게 많이 팔아 판매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은 풍부한 자금력으로 프리미엄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애플과의 경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갤럭시S7에 더 많은 보조금이 지원된다면 판매량이 대폭 늘어나는건 당연하단 반응이다.

LG전자는 갈지자(之)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측은 지난달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원금 상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긍정적인 효과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6월 LG전자가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위에 단말기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달라고 적극 건의했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LG전자는 지원금 상한제도로 인해 휴대폰 유통 시장이 침체되면서 LG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원금 상한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기로에 선 지원금상한제(하)] 프리미엄폰 위주 시장 재편…제조사, 밑천따라 희비 갈리나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삼성의 자금력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한제 폐지 이후 공시지원금을 쏟아부을 경우 자사 판매 감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LG전자 휴대폰사업 부문은 지속된 영업적자와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현금이 풍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재기를 꿈꾸는 팬택은 상한제 폐지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휴대폰 제조사 중 팬택이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은 단통법과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단통법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당시 업계 3위였던 팬택이 직격탄을 맞은 것. 당시 팬택은 지원금 상한제 예외 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팬택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회사 주인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팬택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저가폰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스카이 IM-100이 상한제가 조기 폐지될 경우, 고가폰들과 경쟁을 할 수도 있단 것이다. 갤럭시S7, G5 등 프리미엄폰과 비슷한 가격에 보급형인 IM-100을 구매할 소비자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금상한제 폐지는 분명 국내 휴대폰 시장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자금력이 충분한 업체에겐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어려워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욱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