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을 벌주는 법이 또 무더기로 쏟아진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반(反)기업 입법이 쏟아질 태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기업활동의 잘못을 엄벌하는 입법이 대거 추진되고 있다. 개원 후 지난 주말까지 열흘 남짓 사이에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178건이나 되고 이 중에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만한 법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피해를 받는 대중과 피해를 주는 기업을 둘로 나눠놓고, 기업을 단죄하자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버릇이다. 마치 법이 없어서 가습기 사건이 생기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식이다. 기존 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것을 기어이 특별법을 만들어 중처벌하는, 소위 ‘인민재판법’을 또 만든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국가가 처벌하고 벌주는 사법(私法)의 공법(公法)화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검찰의 롯데 수사에서 보듯이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일상의 기업활동은 중단돼도 좋다는 식의 과잉단속을 자행하는 일도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지금도 넘쳐나고 그 처벌 조항만으로도 기업인들은 이미 심각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19대 때 소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10여건이 통과되면서 징역·벌금형의 대상이 되는 기업 활동은 더욱 치밀하게 규정됐다. 특히 노동 환경 보건 안전 등에 관한 규제는 툭하면 중처벌이며 대표이사 책임인 중죄로 몰아간다. “아직도 기업 하십니까?” 하는 냉소가 산업현장에 퍼져있다는 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사업에 성공해도 처벌, 실패해도 전과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거래법을 예로 들면 일감몰아주기 등 8가지 죄목에 대해 모두 인신구속형을 때리도록 법이 강화됐다. ‘하도급 거래법’의 경우는 사적계약의 원칙을 깨고 국가의 공권력적 간섭이 노골화된 경우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발주를 부당하게 취소할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운다. 연봉 5억원 이상의 임원보수를 공개토록 해 성공한 개인을 사회적 질시의 도마에 올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제야 어떻게 되든 성공한 기업을 혼낼수록 우중(愚衆)은 박수를 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증오와 복수의 악법들이 계속 쏟아진다.

문제는 이런 중벌주의가 필연적으로 ‘과잉범죄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범죄가 아닌 것을 범죄화’하거나 ‘처벌수준이 과도한 것’을 과잉범죄화라고 부를 텐데 그 결과는 사실상 전 국민의 전과자화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전과자수는 1996년 600여만명(누적기준)이었는데 2010년 1100여만명에 달했다. 1100여만명이면 전체 인구의 22%이고, 15세 이상 인구의 26.5%나 되는 것이다. 국민의 4분의 1이 전과자다. 범죄가 늘어났다기보다는 예전에는 처벌받지 않던 행위까지 엄벌하고 또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도 국가가 나서서 단속하면서 생긴 결과다. 행정 규제를 어긴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소위 행정범죄는 이미 1982년 살인 강도 등 형법상 범죄를 추월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전체 범죄의 70%나 차지하고 있다.

국민과 기업을 처벌하는 법이 늘수록, 전과자는 증가하고 경제적 자유는 더욱 억압된다. 경제활성화법은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과 기업을 중처벌하는 과잉입법이나마 자제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