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3세기째 생존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다. 세계 175개국에 30만여명의 직원이 있고 지난해 매출은 1175억달러(약 135조원)에 달하는 복합제조기업이다. 이 회사가 작년 10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화 시도 정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말을 빌리면 GE는 지금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지난 주말 GE이노베이션 참가차 방한한 이멜트 회장은 “시장의 성장이 지체되고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며 “이럴 때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감수)”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가려는 것은 “시장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꾸준하게 살핀 결과”라고 강조했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발빠른 변신은 GE의 전통이다. 잭 웰치가 1981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엔 ‘1, 2등 못 하는 사업에선 철수하라’며 소위 ‘푼돈 장사’로 불리던 71개 사업을 정리했다. 2001년 이멜트 회장 취임 이후에도 2009년 방송사 NBC의 지분을 매각했고 올초에는 창업자 에디슨 이후 138년간 갖고 있던 가전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했다. 그룹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금융회사인 GE캐피털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GE의 변신에 비하면 한국 기업은 한가로워 보인다. 선두 기업들조차 성장시대의 성공 논리였던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안주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보고 거기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전략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GE 같은 초일류기업조차도 변화의 꼭짓점을 어떻게든 예측하려 하고, 실마리가 보이면 그 리스크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자극받아야 한다. 한때 세계 1등을 달리던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압박에 몰려있고, 휴대폰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도 중국의 사정권에 잡힌 지 오래다. 이럴 때 과감한 변신으로 돌파구를 찾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