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변호사 등이 서울대 로스쿨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고윤상 기자
지난 2일 오전 변호사 등이 서울대 로스쿨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고윤상 기자
변호사들이 학생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성을 키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법조 산업의 침체와 변호사 수 증가가 맞물리면서 변호사들 사이에선 “전문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전문변호사’는 2013년 728명에서 2014년 850명, 2015년 103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대 법과대학 강의실. 변호사 수십명이 주말 봄꽃 구경도 뒤로한 채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현직 법조인이 들을 수 있는 주말 일반대학원 강의가 이날 오전에만 10개 이상 열렸다. 일반대학원 강의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업과 달리 현직 변호사 수강생 비율이 높다. 로스쿨이 생긴 이후 평일 오후와 주말 오전에 실무 중심 강의를 집중 배치한 결과다.

서울대는 법과대학 일반대학원생 중 70% 이상이 변호사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학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수업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천 교수가 토요일 오전에 진행하는 상법특수연구 수업은 정원 40명 중 25명이 변호사다. 고려대 법과대학 일반대학원 역시 변호사가 다수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재학생 300여명 중 80% 이상이 현직 법조인”이라고 말했다.

출신도 다양하다. 올해부터 서울대에서 수강을 시작했다는 김지수 법무법인 가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며 “로펌 안에서도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필수”라고 말했다. 다른 수업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관이라도 전문성이 없으면 대우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업계 사내변호사는 “사내변호사는 로펌과 달리 축적된 노하우를 배울 기회가 적다”며 “자비를 들여서라도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회사·도산·금융·증권법 등을 포함한 상법 분야에 관심이 높았다. 각 로펌이 특성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시장 수요가 많은 상법 분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에 등록된 상법 분야 전문변호사는 2015년 말 기준 276명으로 3년 전(212명)보다 30%가량 늘었다. 이황 교수는 “상법뿐 아니라 최근 국제중재나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려는 변호사들이 대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개설한 강의는 법철학특수연구, 과학기술과 법연구, 상법특수연구, 회사법특수연구, 형법특수연구, 세법기본연구, 산업재해보상법연구 등이다. 고려대 개설 강의는 영미경제법, 국제해상보험연구, 행정판례연구, 소비세법, 재해보상법 등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