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넷째주 이후 지난주까지 5주 연속으로 제자리인 가운데 ‘강남 3구’에서는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재건축 아파트 역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7주 연속 떨어지며 약세장을 주도했다.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수도권 외곽으로도 찬바람이 번져가는 분위기다. 대구를 비롯해 과열됐던 일부 지역에서는 ‘대세하락론’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한겨울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하고,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가계대출 규제강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이 아닐 것이다. ‘사자’는 세력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에다 머지않아 끝날 세계적인 저금리와 중국발(發) 세계경제 위기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허가된 주택은 76만5328가구였다. 전년 대비 49% 급증한 것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7년 이후 최대치였다. 통상 한 해에 필요한 35만가구의 2배를 넘는 데다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가 공급됐던 1990년(75만378가구)보다 많다 보니 정부도 “단기적으로 집중 공급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공급과잉론과 수용가능론이 맞서고 있지만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KDI가 지난해 후반기부터 2~3년 뒤 입주물량 과잉을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지난해 같은 주택시장 붐이 올해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다는 통계는 이미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 균형점을 찾는 시기이든 불황 국면이든, 투자자들이나 건설업계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 역시 시장 동향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내수경기를 그나마 떠받친 것은 부동산이었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섣부른 개입은 후유증만 남긴다. 성남시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장차 부동산 세수 감소를 예상하면서 살림을 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