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이란 경제제재가 풀리자 각국 정상이 앞다퉈 이란으로 달려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재 해제 후 이란을 국빈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 됐다. 시 주석은 양국 교역규모를 10년 내 6000억달러(2014년 52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하고 통 큰 투자도 약속했다. 이에 질세라 아베 일본 총리는 상반기에 이란을 방문한다. 유럽 각국도 정상급 경제외교에 혈안이다. 이미 영·독·불 합작 에어버스가 이란으로부터 여객기 114대를 수주했고 독일 지멘스의 철도건설, 덴마크 머스크의 해운시장 진출도 초읽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이번주 유럽 17개국 순방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란의 복귀는 세계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호재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4위의 자원부국이자 8000만명의 소비시장이다. 오랜 제재로 소비재가 부족하고 인프라가 낡아 교체수요가 엄청나다. 원유시설만도 올해 1400억달러 등 해마다 1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주요국들이 이란시장 주도권을 잡으려고 물불 안 가리는 이유다. 온갖 구애를 받는 이란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민일 것이다.

정작 한국의 대이란 경제외교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중·일은 정상이 가는데 내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보내는 게 전부다. 급(級)이 낮으면 예우의 격(格)도 떨어진다. 수출 감소에다 플랜트·해운업계가 고사 직전인 한국은 열 일 제쳐 놓고 정상급이 달려가도 모자랄 판이다. 한데 뭐가 바빠서 못 가는지 알 수 없다. 전직 부총리는 ‘허영의 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는 쫓아갔다. 유일호 부총리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총회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차관·국장급과 자리를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간 41개국을 방문했지만 내세울 만한 경제외교 성과가 안 보인다. 고작 AIIB에서 중국의 하청사업이나 따내는 게 경제외교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요즘 중국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세계의 원전과 고속철을 싹쓸이하고 있다. 한때는 한국 몫이었던 사업들이다. 기업은 죽어라 하고 뛰는데 정부는 무슨 생각이라도 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