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경제외교 전도가 안 보인다
이란의 복귀는 세계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호재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4위의 자원부국이자 8000만명의 소비시장이다. 오랜 제재로 소비재가 부족하고 인프라가 낡아 교체수요가 엄청나다. 원유시설만도 올해 1400억달러 등 해마다 1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주요국들이 이란시장 주도권을 잡으려고 물불 안 가리는 이유다. 온갖 구애를 받는 이란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민일 것이다.
정작 한국의 대이란 경제외교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중·일은 정상이 가는데 내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보내는 게 전부다. 급(級)이 낮으면 예우의 격(格)도 떨어진다. 수출 감소에다 플랜트·해운업계가 고사 직전인 한국은 열 일 제쳐 놓고 정상급이 달려가도 모자랄 판이다. 한데 뭐가 바빠서 못 가는지 알 수 없다. 전직 부총리는 ‘허영의 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는 쫓아갔다. 유일호 부총리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총회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차관·국장급과 자리를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간 41개국을 방문했지만 내세울 만한 경제외교 성과가 안 보인다. 고작 AIIB에서 중국의 하청사업이나 따내는 게 경제외교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요즘 중국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세계의 원전과 고속철을 싹쓸이하고 있다. 한때는 한국 몫이었던 사업들이다. 기업은 죽어라 하고 뛰는데 정부는 무슨 생각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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