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자원개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최근 자원개발 공기업이 애물단지 신세다. 정치적으로 흘러버린 자원외교 논란이 국내 자원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초기의 원동력은 광업이었다. 산업화를 할 수 있도록 무연탄이란 에너지 자원과 시멘트 등의 원료인 석회석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개방으로 국제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석탄광을 시작으로 많은 광산들이 문을 닫았다. 일할 곳이 사라지자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곳과 대학의 자원학과가 없어졌고 기술 투자도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당시 26개 해외 광구를 헐값에 매각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비핵심 사업으로 보고 맨 먼저 구조조정했다. 또다시 많은 자원개발 종사자들이 현직에서 떠났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탐사, 채광, 선광, 제련 등 자원개발 전 분야에 걸쳐 기술의 맥이 끊긴 것이다. 외환위기가 걷히고 자원 가격이 급등하자 후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국내 광산 재개발이나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려고 했을 때는 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기술자는 고령이고, 업계 전반에 종사자가 적다 보니 기술 전파도 어려웠다.

뼈아픈 깨달음이었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이후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자원개발 인재 양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힘써 왔다. 자원개발 특성화대학 등 제도가 과실을 거둘 때가 됐지만, 힘들여 키운 인재들이 있어도 이제는 써먹을 곳이 없다.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얻은 노하우와 자원부국과의 인적 네트워크마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악순환의 고리가 또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자원개발 성과에 대한 비판이 국내 광업, 자원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쳐선 곤란하다. 자원 공기업의 본래 역할에 대한 평가와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평가는 구분돼야 한다. 국제 에너지·광물자원 가격이 최저점인 이 시점이 도약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에 나설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범 < 한국광업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