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국계 입양인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후 특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국계 입양인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후 특강하고 있다.
숙대서 명예박사 받아…"변혁의 시대, 문화와 창의성으로 헤쳐가야"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유럽 차세대 리더로 떠오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이 8일 "이 땅에서 출생한 것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펠르랭 장관은 이날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르랭 장관은 1973년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명석한 두뇌로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에섹(ESSEC)과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을 거치며 프랑스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2년 5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장관직인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에 임명된 그는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지난해 8월에는 문화통신부 장관에 중용되는 등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도 영향력 있는 리더로 성장했다.

펠르랭 장관은 이날 연단에서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의 역사와 입양아의 역사를 볼 때, 오늘 내가 이 자리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있다"며 세계 14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교육·연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의 발전상을 언급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강연 중간마다 프랑스의 문화·교육·디지털 정책 등을 소개하며 프랑스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펠르랭 장관은 학생들에게 "지금 세계는 유례없는 변혁의 시기를 맞았다"며 디지털경제가 중심이 된 환경에서 문화와 창의성으로 이런 도전을 헤쳐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1살 난 내 딸도 싸이가 누구인 줄 안다"며 인터넷으로 세계가 모두 연결된 환경 속에서 한류 등 한국문화의 발전 역량을 키울 것을 조언했다.

인터넷 환경이 문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전파하는 장점이 있지만, 예술가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기도 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신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런 환경이 윤리·민주주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위험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몇몇 대기업이나 국가가 시민의 개인정보를 모두 수집해 보유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견제를 위한 법제 마련과 시민사회의 감시를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지구촌의 많은 여성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함을 지적하며, 강당을 채운 여학생들을 향해 "여러분이 원하는 모든 영역의 자리를 진취적으로 힘차게 추구하라. 절대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마라"고 격려했다.

내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펠르랭 장관은 "한국과 프랑스가 서로 문화교류를 통해 새로운 창의적인 분야에서 협력토록 노력하겠다"며 강의를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