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유유 중국 전통의학연구원 교수(85)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국계 학자들이 과학 부문 노벨상을 받은 것은 8회에 이르지만 중국 국적의 과학자가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축제 분위기다. 리커창 총리는 축전을 통해 ‘중국 과학기술의 번영과 진보를 구현’하고 ‘중의학이 인류건강 사업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흥분했다.

매년 노벨상이 발표되는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경쟁국인 일본과 수상 실적을 비교해가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치인들이 받는 평화상과 문학상을 빼고 순수학문 분야 수상자만 따졌을 때 지난해까지 한국 0 대 일본 20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한국의 학문 수준이 이렇게 바닥인데도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정부와 과학계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이즈음 사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산업화에선 아직 우리에게 뒤진다고 봤던 중국이 과학 분야 노벨상을 타기 시작하는 현실을 눈앞에 보게 된 것이다. 일본은 어제 물리학상을 또 받았다. 한·중·일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성적표는 현재 0 대 1 대 21이다. 더구나 중의학 분야에서의 노벨상이다. 한국 한의학은 아직도 비방 타령만 내세운다. 수상자인 투유유 교수는 소위 ‘3무’라고 한다. 중국이 최고과학자에게 주는 명예인 원사(院士)가 못 됐고 박사학위도, 외국 유학 경험도 없다. 말라리아 연구로 한우물을 팠는데 1971년 성공까지 실험이 190차례나 실패했다. 그가 발견한 아르테미시닌은 지금까지 동남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열대 지역에서 수백만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살려냈다.

문제는 이런 한우물 과학자가 나오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소란스러우며, 붕붕 떠 있는 부유 사회라는 점이다. 정치가 지배하는 사회적 소란 속에 산업이 무너지고 기업은 흔들리고 기술도 후퇴하고 있다. 묵묵히 한길을 파고드는 학자보다 연구비 잘 따내는 교수들이 득세하니 검박한 기풍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머리가 좋을수록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로 몰려간다. 또 그들은 얼굴이나 뜯어고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렇게 붕붕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