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현대해상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잇달아 참여하며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인터넷은행은 점포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만 영업해 사업 비용이 덜 드는 데다 급속한 인터넷·모바일뱅킹 확산에 힘입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신규 은행 인가가 1992년 옛 평화은행 설립 이후 23년 만이라는 점도 경쟁이 뜨거운 배경이다. 평화은행은 2002년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불붙은 1호 인터넷은행 경쟁

카카오·인터파크·KT, 인터넷은행 사업권 '격돌'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10월1일까지 이틀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는다. 이후 금융감독원 및 외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한두 개 사업자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본인가와 영업 개시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심사 때 총점 1000점 가운데 사업계획 부문에 가장 많은 700점을 배점했다. 사업계획 중에서도 혁신성 항목이 250점으로 가장 점수가 크다. 기존 금융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곳이 사업권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밝힌 곳은 카카오뱅크컨소시엄, 인터파크뱅크그랜드컨소시엄, KT컨소시엄, 500V컨소시엄 등 4곳이다. 각 컨소시엄에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물론 ICT기업, 전자상거래업체, 유통업체 등이 대거 참여했다.
카카오·인터파크·KT, 인터넷은행 사업권 '격돌'
○제각각 인터넷은행 사업모델

진작부터 도전 의사를 밝힌 카카오뱅크컨소시엄엔 카카오와 국민은행, 한국금융지주 등이 참여했다. 카카오택시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와 금융을 결합한 모바일은행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내세울 방침이다.

인터파크뱅크그랜드컨소시엄은 소비자의 모든 생활 속에 자리잡은 은행이라는 의미를 담은 ‘디지털 라이프 뱅크’를 사업 모델로 제시했다. 전자상거래, 통신, 은행, 증권, 홈쇼핑, 게임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10여개 기업이 모인 만큼 모든 생활 영역을 포괄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KT컨소시엄이 제시한 핵심 사업 모델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이다.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위비뱅크로 중금리 모바일 대출 돌풍을 일으킨 우리은행의 금융 노하우를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결제기술을 가진 업체들과 개인 간(P2P) 대출회사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500V컨소시엄은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기존 은행의 혁신 유인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 이익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사업모델 도입에 실패할 경우 기존 은행과의 가격 경쟁에 의존하다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