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경제, 혁신 산물에 대한 보상체계서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땔감을 해오라고 일렀다. 아들이 가까운 곳의 나무를 먼저 해오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가까이 있는 나무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 힘들더라도 100리 밖의 나무부터 얻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이 고사에서 나온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말은 멀리, 길게 보고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고단하고 긴 겨울을 견디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2차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40%가량인 한국 경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의 낯빛이 수시로 바뀐다. 전 세계의 총수요가 급감하면서 각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협력에 공감하면서도 보호무역주의는 심화되는 이율배반적인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관세 반덤핑 등 전통적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했다면, 요즘은 무역기술장벽(TBT)이나 무역구제조치, 반독점법 등 우회적인 방식들이 활성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전 세계 보호무역 조치는 일곱 배 폭증했다. 한국은 1084건의 조치를 받아 주요 표적국 상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는 전체의 25%에 달하고(복수 응답), 반덤핑 제소로만 국한하면 한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제소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 조치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적 장치는 우리 기업들이 보호무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부당한 요구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격의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가까이 있는 나무부터 벨 것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의 산업별비교우위지수(CA지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중 FTA가 체결되면서 우리 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과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무역 조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화된다는 것은 사실상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지는 위치가 됐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에 대한 보호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보호무역 기조는 창조경제와도 대치된다. 창조경제라는 거대 담론이 비즈니스 상황에 적용돼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율 경쟁, 혁신의 산물에 대한 보상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내부터 시장에서 정당하게 선택받았을 때 그 권리를 존중받고 내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혀야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기본적인 논리가 갖춰지는 것이다.

오성준 < 고려대 교수·컴퓨터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