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롤라 필더 하이브리드 G "W×B".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코롤라 필더 하이브리드 G "W×B". 사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 김근희 기자 ] 도요타의 소형차 코롤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다. 1966년 첫 등장한 이후 2013년 7월 누적판매량 4000만대를 돌파했다. 현재 15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이다. 지난 2일 직접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코롤라 필더(왜건) 하이브리드를 만나봤다.

코롤라 필더는 왜건형의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왜건형 모델이어서 뒤가 길게 빠졌다. 트렁크 용량은 407ℓ. 골프백 2개는 넉넉히 들어갈 수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872ℓ까지 늘어난다.

전면 생김새는 공격적이고 날카롭다. 성능, 냉각, 보행자 보호 등을 위해 아래쪽 그릴을 강조한 도요타 특유의 디자인 '언더 프라이오러티'가 적용됐다. 아래쪽 그릴은 전면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큼지막한 그릴의 끝에는 보조개 마냥 동그란 안개등이 박혀있다. 위쪽 그릴은 헤드램프와 이어져 차량이 실제보다 더 큰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앉았다. 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대시보드가 세련됐다. 센터페시아는 단출하다. 상단에는 디스플레이와 총 9개의 버튼만이 있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듯 보인다. 각종 옵션들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약간 심심해보일 것 같다.

안전 사양만큼은 여느 자동차 못지않게 탑재됐다. 코롤라 필더에는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 C'가 적용됐다. 이 기능은 레이저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한 안전 시스템이다. 전방 장애물 충동방지, 차선이탈 방지, 자동 상향등 조정 기능 등이 있다.

실제로 운전을 할 때 이 시스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운전석 좌우가 바뀌어 초반에 차선을 지키는데 애를 먹었다. 습관 탓에 자꾸 왼쪽으로 붙었다. 그럴 때마다 계기판에 차선을 밟고있는 그림이 뜨면서 경고등이 울렸다. 덕분에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시승은 이시카와현 카나자와 켄로쿠 정원에서 나나오시 아에노카제 온천까지 151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코롤라에는 1.5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얹어졌다. 전체 시스템 출력은 100마력으로 전기모터와 엔진의 최고출력은 각각 54kW, 74마력이다. 저속에서는 EV모드가 작동하는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속도가 올라가면 가솔린 엔진이 움직인다. 전기모터와 엔진의 최대토크는 각각 111N·m와 11.3kg·m다.

낮은 rpm에서도 큰힘을 내는 전기모터 덕분에 초반 반응 속도는 빠르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나며 차가 굴러간다. 속도를 계속해서 올려도 2000rpm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힘이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언덕길에서 올라가는 것이 버거웠다. 코롤라 필러는 다르다. 언덕길에서도 수월하게 올라간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오르막길에서 답답하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연비는 일본 JC08모드로 33.8km/ℓ다. JC08모드는 일본의 공인연비 시스템으로 실주행 연비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얌전하게 연비주행을 하며 시승한 결과 연비는 29.3km/ℓ를 기록했다. 실제 운전 습관대로 주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25km/ℓ 이상은 거뜬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코롤라가 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비, 성능 모두 흠잡을 데가 없는 모델이다. 차량 가격은 247만4182엔(약 2258만원). 국내에서 비슷한 차급의 현대자동차 아반떼(1410~2195만원)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때 한국도요타가 '코롤라 필더 하이브리드'라는 카드를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시카와현=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