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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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코리아는 2011년 투자회사와 컨소시엄을 통해 세계 1위 골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한 연 매출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아쿠시네트를 인수했다. 타이틀리스트 골프볼과 풋조이 골프화는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한국 기업이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고 보도했다. 국내 스포츠기업의 경영 노하우와 투자자본이 만나 글로벌 공룡 기업을 손에 넣은 성공 사례였다.

가능성 있는 스포츠산업체를 대상으로 전문 창업투자회사가 자금을 투자하는 정부 주도형 벤처펀드가 내달 첫선을 보인다. 정부가 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마중물 200억원을 투입하고 투자조합 두 곳이 민간투자자들로부터 각각 70억원 이상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말 펀드 설립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제2의 골프존’을 꿈꾸는 스포츠 벤처·창업기업과 기술기업, 스포츠 프로퍼티(sports property)를 가진 중소 스포츠 관련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다.

중소 스포츠기업 육성 ‘불 지피기’ 기대

이번 펀드는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능력이 부족한 업계 경력 1~3년차의 초기 스포츠산업체 및 중간단계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2000년대 초 영화산업이 모태펀드의 ‘영화계정’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로 성장한 것처럼 스포츠를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키운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는 올해 초 ‘창업투자회사 등록 및 관리규정’을 개정해 창투사의 스포츠산업 관련 프로젝트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펀드 결성액은 340억~4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까지 5년간 결성 목표액을 2000억원으로 잡고 스포츠 분야 유망 중소기업, 창업자, 대형 스포츠 행사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다만 영세 기업 보호를 위해 스포츠 관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윤양수 문체부 스포츠산업과장은 “스포츠산업펀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형태의 폭넓은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스포츠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물론 자본시장과 기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첫 스포츠산업펀드 내달부터 운용…'제2의 골프존' 키울 스포츠 투자시장 열린다
누가 어떤 프로젝트로 받을 수 있나

투자 금액은 스포츠산업진흥법상 스포츠산업 및 스포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산업체에 투자된다. 스포츠용품, 스포츠 시설 및 설비, 스포츠서비스 융복합 분야의 창업자, 중소기업인 등이 대상이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스포츠 스타에 대한 각종 권리 등 무형의 자산을 보유한 스포츠이벤트 등에도 투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펀드를 투자받아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고 유치하는 식의 스포츠 쇼 비즈니스를 진행한 뒤 입장권 판매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나, 유망한 선수를 육성하는 에이전시 사업 등에 대한 투자, 스포츠 용품의 연구개발(R&D)사업을 지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 등이 주요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의 기대도 크다. 토종 스포츠브랜드 자이클로의 최창영 대표는 “실적도 부족하고 규모도 작은 대부분의 스포츠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템만으로 자금을 투자받기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업군이 다양하고 수익구조가 독특한 스포츠산업 분야의 강소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