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과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가 무인차 개발에 나선 데 이어 애플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차량 시스템의 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IT가 자동차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 1년째 전기차 개발 중

애플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기자동차.
애플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기자동차.
마트폰 운영체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애플과 구글은 향후 자동차 분야에서도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가능성만 제기됐던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초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촬영용 카메라가 여럿 달린 미니 밴이 목격된 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애플이 ‘타이탄’이란 이름의 극비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1년 째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애플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 전문가들을 연이어 만나 제작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무인 주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인재를 끌어모으려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로 채워진 ‘최고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독일 자동차회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개발(R&D) 책임자로 있다가 지난해 맥 시스템 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애플에 입사한 요한 융비르트도 포함돼 있다.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가 직접 자동차 분야 고위 임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애플, 전기차 개발 '타이탄 프로젝트'…구글과 미래차서도 격돌
○구글, 2~5년 내 무인차 상용화

구글은 2009년부터 도요타 프리우스, 아우디 TT, 렉서스 RX(450h) 등을 개조해 무인자동차를 만들고 시험 주행을 하는 등 무인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세계 처음으로 2인승 무인차 시제품을 공개했다. 구글은 운전석과 가속 페달, 브레이크까지 생략한 완전 무인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구글은 무인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 표지와 다른 차량을 탐지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캘리포니아 북부 도로에서 시제품으로 시험 주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글의 무인차 개발 사업을 지휘하는 크리스 엄슨은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뉴스 월드 콩그레스’에서 “2~5년 안에 일반인들이 도로에서 무인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버는 로봇 연구로 유명한 미국 카네기멜론대(CMU), 미국 국립로봇기술센터(NREC) 연구진과 협력해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자율주행 기술 관련 과학자 50명을 고용했다. 기술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차량을 제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두도 올해 초부터 운전자를 위한 인공지능 보조 프로그램이 적용된 무인차 개발에 착수했다. 이 무인차는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한 스트리트뷰(street view) 영상 녹화 차량의 하나로, 베이징에 있는 회사 내에서 시험 주행을 마쳤다. 바이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자동차와 IT 간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IT 기업들의 미래 자동차 개발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자동차는 최신 기술의 시험장이자 대규모 매출 창출이 가능한 시장”이라며 “IT 기업들이 자동차 분야로 외연을 확대함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동차업체와 IT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