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준 남화토건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들과 함께 취약계층에 전달할 쌀을 옮기고 있다. 남화토건 제공
최상준 남화토건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들과 함께 취약계층에 전달할 쌀을 옮기고 있다. 남화토건 제공
남화토건의 최상옥 회장과 최상준 부회장 형제는 1980년대에 진행한 두 건의 프로젝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남화토건, 공공 토목사업 집중 내실경영…부채비율 20%·67년 흑자 성과
첫 번째는 광주 광천동에 있는 회사 창고 땅에 125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때다. 공사가 끝날 무렵까지 분양률이 60%에 그치면서 공사대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임직원 모두가 생존을 위해 뛰어다닌 끝에 겨우 분양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때 두 형제 경영인은 앞으론 아파트 사업에 손대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는 1980년대 후반에 전남 화순군 능주에서 천연온천수 개발에 직접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것이었다. 김문기 남화토건 회계담당부장은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발주자의 재무구조를 파악해 수주 여부를 결정하고 안정적인 공공부문의 토목·건축 사업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이후로 20여년 동안 이 원칙을 지켰다. 다른 건설사들이 아파트 시장에 진출했다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도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남화토건은 그런 파도에 휩쓸리지 않았다. 덕분에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67년간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고, 부채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공공도서관을 건립해 기증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남화토건은 최 회장이 1946년 광주에 설립한 건설사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건설회사에서 일하며 자재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건설현장 관리기법을 배운 뒤 20세에 창업했다. 1970년대 미군기지 건설 사업을 따내며 급성장했다. 이후에도 우량 발주처인 공공 부문 및 미군 프로젝트를 집중 공략했다. 현재도 매출의 90% 이상이 정부와 공기업이 발주하는 항만과 도로 등 토목, 조경, 전기 공사에서 발생한다. 남화토건은 건설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873억원)보다 늘어난 897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경영에는 형제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동생 최 부회장은 1964년 남화토건 사원으로 입사해 과장, 부장을 거치며 3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3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에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을 때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최 회장은 유당문화재단을 세워 지역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올해 초 사재 26억원을 들여 광주 매곡동에 건립한 석봉도서관을 주민들에게 기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