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들였다"…삼성테크윈, 美에 항공기 엔진부품 1조 공급
삼성테크윈이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미국 P&W(프랫 앤드 휘트니)로부터 1조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따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앞으로 다른 항공기 엔진 제작사에도 부품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삼성테크윈은 12일 P&W와 9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민항기 엔진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철교 사장(사진)이 이날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있는 P&W 본사에서 직접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계약은 P&W가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중형 항공기 엔진(GTF)에 들어가는 6종의 핵심 부품을 삼성테크윈이 독점 공급하는 내용으로, 공급 기간은 내년부터 엔진이 단종되는 시점까지다.

항공기 엔진의 일반적인 수명연한은 30~40년으로, 이 기간 동안 연평균 250억~330억원어치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크윈 연간 매출(지난해 2조9120억원)의 1% 내외다. 하지만 P&W라는 메이저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부터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30~40년짜리 장기 물량은 신뢰하지 못하는 회사에 맡기지 않는다”며 “기술력뿐 아니라 수십년 뒤에도 삼성테크윈이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P&W가 일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2년 공들였다"…삼성테크윈, 美에 항공기 엔진부품 1조 공급
삼성테크윈은 이번 P&W 계약을 따내기 위해 2년 넘게 공을 들였다. 당시 P&W는 유럽 에어버스, 캐나다 봄바르디어 등의 중형 항공기에 탑재할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삼성테크윈은 P&W는 물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영국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에 부품을 공급한 경험을 앞세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막판까지 미국 유명 부품사와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이에 김 사장은 수주전이 본격화한 최근 1년간 세 차례나 담당팀을 이끌고 P&W 본사를 찾았다. 그때마다 P&W 경영진에 삼성테크윈이 지난 30여년간 항공기 엔진 부품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안정적 부품 공급 능력을 알렸다.

결정적으로 승부가 갈린 것은 지난 9월 말이었다. P&W 구매담당 고위 임원들이 삼성테크윈의 엔진 부품 생산 공장인 창원공장을 방문해 하루 동안 꼼꼼히 둘러보고 간 뒤였다.

P&W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 경쟁사 공장도 둘러봤고,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 능력에서 삼성테크윈이 우위라고 판단했다. 삼성테크윈 측은 “앞으로 개발될 P&W의 다른 신형 엔진에도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엔진 및 엔진 부품 분야에서 대규모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GE와 6000억원 규모의 해군 함정 및 산업용 가스터빈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 3월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1700억원 규모의 T-50 고등훈련기용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