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구원등판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 린스컴은 이 투구 이후 허리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이었다. 사진=SPOTV 네이버 중계화면 캡처
2014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구원등판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 린스컴은 이 투구 이후 허리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이었다. 사진=SPOTV 네이버 중계화면 캡처
SF, KC 제압…2010·2012시즌 이어 '짝수 해의 기적'
'왕년의 에이스' 팀 린스컴, PS 등판 단 1차례 1.2이닝


4년 전엔 월드시리즈의 주인공, 2년 전엔 빛나는 조연. 하지만 올해는 단역에 그쳤다. 미국 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투수 팀 린스컴의 이야기다.

린스컴은 데뷔 이후 세 번째 맞은 월드시리즈에서 다소 멋쩍은 반지를 받게 됐다. 팀이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지만 자신은 단 1경기 1.2이닝만을 던졌기 때문이다.

린스컴이 속한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시간으로 30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3 대 2로 승리를 따내며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짝수 해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기적의 팀 캔자스시티는 29년 만의 우승을 위해 분전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본능을 누르지 못하고 안방을 비워줘야 했다.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두 팀이 사연 많은 대결을 벌이는 동안 린스컴의 얼굴이 보였던 것은 잠깐이었다. 린스컴은 최종 7차전까지 벌어진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차전에만 출석 도장을 찍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까지 10경기에선 아예 등판조차 하지 못했다.

○'아, 옛날이여'

그나마 출전한 2차전도 린스컴이 지금까지 겪은 가을야구와는 달랐다. 팀이 2 대 7로 뒤진 7회말이 되어서야 구원등판했기 때문이다. 브루스 보치 감독이 계속해서 시사했던 린스컴 활용이란 것이 패전처리로서의 기용이었던 셈이다. 2008년부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4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던 왕년의 에이스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린스컴은 그마저도 다섯 타자를 상대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MRI 검사에서 다행히 린스컴의 몸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더 이상의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수확 없는 가을이 지나고 말았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린스컴은 100마일(161km)의 대포알 직구를 앞세워 2년 뒤인 2009년 불과 25세의 나이로 사이영상 2연패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0년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과 5차전에서 두 번의 선발승을 따내며 샌프란시스코에 56년 만의 우승을 선사했다. 특히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로이 할러데이, 클리프 리와 각 두 차례씩 벌인 사이영상 맞대결을 3승으로 장식하며 괴물의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린스컴은 33경기에 선발등판해 186이닝 10승 15패 평균자책점 5.18이라는 믿을 수 없는 부진을 겪은 2012년에도 포스트시즌에서만큼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불펜으로 강등된 이후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13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2년 만이자 7번째 우승을 도운 것이다. 이른바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본능이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평균구속 2008년 151km→2014년 143km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시작이 린스컴에겐 마지막 불꽃이 되었던 모양이다. 린스컴은 이듬해인 2013년 10승 14패 평균자책점 4.37이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올 시즌도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모습(12승 9패 4.74)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시즌 막바지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게 돼 선발투수로서의 재기 가능성이 더욱 어두워졌다.

린스컴은 투수로서 크지 않은 체격(180cm, 79kg·메이저리그 투수 평균신장 193cm)임에도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속구로 리그를 호령했다. 하지만 특별한 부상이 없었음에도 이어지는 기나긴 부진 역시 투구폼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몸에 무리를 가져온 과격한 투구폼으로 인해 제구력이 흔들렸고, 설상가상으로 직구의 구속마저 크게 내려가 더 이상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과거 린스컴은 자신의 투구폼에 대한 우려를 두고 "모두가 걱정하는 부상이 과연 언제 오는지 기다려 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린스컴을 기다리고 있다. 연봉 1750만 달러의 불펜투수가 아닌 포효하는 긴 머리의 에이스를 말이다.

한경닷컴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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