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700 엔진이 탑재된 소방헬기 ‘파이어호크’.
T700 엔진이 탑재된 소방헬기 ‘파이어호크’.
극한에서의 실험…혁신기술로 미래 연다
GE 연구실에서는 여러 종류의 화학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무거운 물체로 짓누르고 쇠공을 시속 240㎞의 고속 사격으로 충돌시키는 등 다소 장난처럼 보이는 실험을 종종 진행한다. GE가 주로 개발하는 발전터빈, 항공기 엔진 등 고온과 높은 하중의 극한 상황에 놓이는 제품의 내구성과 내열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GE 연구진은 다양한 소재를 때려 부수고 날려 버리고, 극한의 온도에서 얼리고 녹이는 등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GE와 프랑스 항공업체 스넥마와의 합작회사 CFM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차세대 항공기 엔진 ‘LEAP’.
GE와 프랑스 항공업체 스넥마와의 합작회사 CFM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차세대 항공기 엔진 ‘LEAP’.
실제 이런 실험은 극한의 상황에 놓이는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미국에서 ‘최강의 소방헬기’로 불리는 파이어호크에 장착된 GE의 T700 엔진이 대표적 사례다. 산불 현장에 3.8t의 물을 실어 나르고 1분 만에 물탱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파워를 제공하는 T700 엔진은 엔진 부품 일부를 니켈 합금으로 교체해 극단적인 온도 변화나 고열을 견딜 수 있다. T700 엔진은 GE의 항공사업부문 계열사 GE항공의 엔지니어들이 엔진 내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한 블랙호크 헬기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성능을 개선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강력한 출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동시에 극한 상황을 견뎌야 하는 소방 헬기에 적합한 성능을 갖췄다.

GE항공의 군용 엔진 프로그램 담당 빌 네스 매니저는 “파이어호크는 헬기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상황을 견뎌야 한다”며 “상상 이상의 힘든 환경에 노출된 채 출동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T700 엔진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T700 엔진은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와 추후 도입하는 AH-64 아파치 헬리콥터에 쓰였고, T700 엔진의 파워터빈 모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에 쓰인 T700-701K 엔진은 삼성테크윈과 공동으로 T700 엔진을 개조·개발한 것이다.

최근에는 니켈 합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상용기 엔진에는 세라믹 신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이 또한 엄격한 실험을 거쳐 개발됐다. 처음 세라믹을 소재로 사용할 당시에는 그 발상 자체가 매우 새로운 것으로 여겨질 만큼 혁신적인 시도였다.

GE는 최근 프랑스 항공업체 스넥마와 합작한 CFM인터내셔널을 통해 차세대 항공기 엔진이라 불리는 ‘리프(LEAP)’ 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상용 제트엔진 최초로 특수 세라믹 합성물이 소재로 쓰여 극심한 고온과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등 엔진의 내구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연료 노즐을 최초로 3D 프린터로 제작함으로써 부품의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이런 첨단 제조 기법을 통해 효율은 기존보다 14%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량은 현저히 줄인 고효율 친환경 기술인 LEAP 엔진이 탄생한 것이다. LEAP 엔진은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 A320neo와 보잉 737 MAX에 쓰이는 등 현재 20개국에서 6000대 이상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GE는 화재진압용 헬기뿐 아니라 초고속 전투기, 빙하의 온도를 견뎌야 하는 해빙선 등의 핵심 성능을 개선할 소재와 기술 혁신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