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PC방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게 꼭 제 일처럼 느껴집니다.”(이준영 넷토피아PC방 사장)

한때 주택가에서 도심 번화가까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당구장, PC방, 서점, 만화방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인터넷·모바일 문화 확산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의 취향 변화는 지난 10여년 사이에 수많은 사양업종을 양산하고 있다.
[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당구장 몰아낸 PC방마저 '반토막'…서점도 줄줄이 폐업
젊은 층과 직장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 공간이었던 당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PC방 ‘열풍’에 밀려 숫자가 크게 줄었다. 폐업 시 신고 의무가 없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 당구장에 당구잡지를 배송하고 있는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한때 3만5000개에 달하던 당구장이 현재 1만5000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기송 전국당구연합회 사무총장은 “보통 대학 1~2학년 때 당구를 배운 사람들이 취직 이후까지 당구를 즐기는데 1990년대 말 PC방이 생긴 뒤로는 대학 시절에 당구를 배우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구장을 밀어냈던 PC방도 요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게임 확산에 정부의 게임규제(셧다운제), 금연강화 정책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2000년대 초 2만4000여개였던 PC방 사업체 수는 지난해 1만2000개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최근 온라인게임 신작들의 출시가 뜸해지면서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PC방 이용자를 붙잡으려면 신작이 자주 나와야 하는데,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발비가 적게 드는 모바일게임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과 만화방은 활자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찌감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 서점 숫자는 1994년 5500여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말에는 1625개까지 줄어들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얼마 되지도 않는 소비자를 대형 서점들이 쓸어가고 인터넷서점이 최대 50%를 넘나드는 할인공세를 펼치면서 동네 서점의 존립 기반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민의 독서량 자체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게 출판업계 분석이다. 서울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상가에서 1979년부터 33㎡ 규모의 서점을 운영해온 박일출 대교서적 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여의도 일대에 28개의 서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4개만 문을 열고 있다”며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1000만원씩 적자가 쌓여 은행 빚이 1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동네 만화방도 거의 빈사상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으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폭증한 데다 만화를 생산하는 축도 인터넷 중심인 ‘웹툰’으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이다. 한때 전국적으로 1만여개를 웃돌았던 만화가게는 현재 750여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