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담뱃세
콜럼버스가 유럽에 전한 담배는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인디언 추장 딸인 포카혼타스와 결혼한 영국 무역상 존 롤프가 미국에 담배 농장을 만든 뒤로는 대량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담배에 세금을 처음 매긴 사람은 1600년대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였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정부 재정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담뱃세로 군비를 충당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때인 1862년 링컨 연방정부가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처음 과세했다. 세율이 60%나 됐기 때문에 당장 300만달러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주 정부들이 담배에 특별소비세를 매기면서 주별로 담뱃값이 달라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비싼 뉴욕에서는 말보로 레드 한 갑 값이 12.75~14달러나 된다. 거래 물량의 60%가 인근의 담뱃값 싼 주에서 오는 밀수품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유럽도 비슷하다. 노르웨이는 14.5달러(약 1만5000원)에 이른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영국도 모두 1만원을 넘는다. 담뱃값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금 비중으로 조절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00년대 초 담배회사가 난립했을 땐 담뱃값과 담뱃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다 1921년 일제가 조선 연초전매국을 만들어 직접 담배장사를 시작하면서 연초세 기준을 정했고, 광복 이후 전매청이 담배를 독점하며 값과 세금을 매겼다. 그러나 가격 인상 논의가 나올 때마다 끊임없는 논란을 빚었다.

엊그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을 2000원 이상 올려 성인 남성 흡연율을 현재 43.7%에서 10%포인트 내리겠다고 말했다.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흡연자 셋 중 한 명이 담배를 끊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곁들였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담뱃값보다 담뱃세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2500원짜리 담배에 붙는 세금이 1549원이니 그럴 만하다.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기금,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이 복잡하게 붙어 있다.

어쨌거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1000~1500원의 인상은 불가피할 모양이다. 당연히 담뱃값만큼 세수도 늘어날 것이다. 1000원 오를 때 2조7678억원, 1500원 오를 때 4조8억원이나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금연정책에 1%밖에 안 쓴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정부도 정책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안 그러면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 호주머니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오해를 사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