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병원의료정보시스템으로 개도국 첫 성공사례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의 도입은 스리랑카뿐 아니라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시도됐다. 하지만 성공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실패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개도국에 적용하려 했다는 것과, 사용자들에 대한 교육의 부족, 지속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수원국에서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스리랑카 아비사웰라 지역병원에서 병원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인제대 정보통신공학과 황원주 교수와 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김훈 교수로 이루어진 사업팀이 그 결실을 맺었다.

2012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에서 공모한 스리랑카 정부의 이스리랑카(e-Sri Lanka)전략에 포함된 병원의료정보시스템 도입사업을 지원하고 현지 실정에 맞는 정착을 돕는 민관협력사업에 인제대가 선정됐다.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은 병원에서 환자등록체계와 의료정보 관리체계를 갖춰 정확한 환자상병통계 집계가 가능하고,지역사회 보건의료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보건정책수립에도 절실히 필요한 관리체계다.

KOFIH는 아비사웰라 지역병원에 응급의료센터(PCU,2005년9월~2009년3월)를 완공해 지역주민의 의료접근성 및 의료서비스 수준향상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아비사웰라 병원은 인근 지역에서 150만 명이 찾는 지역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병원정보시스템은 갖추어지지 않아서 체계적인 환자정보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e-Sri Lanka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업체의 도움으로 개발한 HHIMS(Hospital Health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라는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을 카라와넬라 지역병원 등 10여 개의 스리랑카 의료기관에 설치, 운영했다. 그러나 HHIMS는 현지 실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으며, 성공적으로 정착되지 못했다.

KOFIH와 인제대 팀은 PCU의 발전적인 기능 확장을 위해서는 의료정보시스템의 도입이 필수라는 공감대를 갖고 본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인제대 팀은 KOFIH의 후원을 받아 2012년 말부터 현지 병원의 부족한 하드웨어 부분을 지원하여 병원 전역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전 부서에 의료정보시스템에 필요한 컴퓨터를 설치하는 한편, 현지 실정에 적합한 맞춤형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의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제대 팀의 20여 년간 성공적인 병원의료정보시스템운영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했다. 현지 실정에 맞는 지속 가능한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의 정착과 이의 자체적인 운용이 본 사업의 최종 목표다.

인제대 팀은 2013년부터 부족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로그램 최적화를 위한 현지업무분석 작업을 수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비사웰라 병원에 최적화된 병원정보시스템의 현지화 작업이 진행됐다. 수차례의 시험운용을 거쳐서 2014년 1월, 환자들이 가장 붐비는 외래부분의 환자접수를 시작으로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의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됐다.

운용 6개월째인 6월 말 총 접수환자 4만2000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프로그램 도입 전에는 불가능했던 이전 내원정보의 검색 등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아비사웰라 병원 외래에서는 현재 환자 접수부터 진료, 투약에 이르는 모든 절차가 전산화돼 그 어떠한 수기기록도 필요하지 않은 완전 전산화가 이뤄졌다.

도입 초기에는 현지 스텝들의 컴퓨터 사용의 미숙과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용자들의 저항이 적지 않았으나, 인제대 팀의 끊임없는 운용지원과 지속적인 사용자 교육 등을 통하여 현재는 모든 사용자가 완전히 적응했다. 외래부분의 성과를 바탕으로 병원 내 타 부서로의 확산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제대 사업팀은 아비사웰라 병원의 전 직원들은 올 연말까지 응급실과 검사실, 입원 병동 등 전 부서의 전산화를 목표로 오늘도 희망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