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 10년, 교육·의료시장도 개방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아, FTA정책 10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은 그동안 한·칠레 양국 간 교역이 4.5배로 증가한 것은 같은 기간 한국의 세계 교역 증가분인 2.9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므로, FTA 정책이 교역증대에 기여한 증거라고 한다.

한·아세안 FTA도 지난해 한국이 아세안시장에서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거둔 원동력으로 평가한다. 한·미 FTA의 경우도 2012년 한국의 대미 수출액 4.1% 증가에 이어, 지난해 수출액 6% 증가를 이룬 발판이라는 것이다.

반면 FTA 비판론자들은 한·미 FTA 발효 전인 2010년, 2011년 대미 수출 증가율이 각각 32.3%, 12.8%로 FTA 발효 이후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며 한·미 FTA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우리의 대EU 무역수지 적자가 증폭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아울러 정부의 정당한 규제가 FTA 투자규정 위반으로 이어져, 국내 정책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FTA가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역 자유화의 이익을 경상수지 흑자폭으로만 이해하려는 수출지상주의적 고정관념을 떨쳐 버려야 한다. 양자 FTA로 인한 수출시장 선점효과는, 요즘같이 한꺼번에 여러나라가 FTA를 체결하는 광역 FTA시대에는 곧 사라진다.

FTA란 급진적 교역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교역 자유화의 이익은 수출 못지않게 수입에 의해 발생한다. 값싼 수입품을 구매하는 데서 발생한 소비자 이익은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저축되고, 가장 효율적인 생산 분야에 재투자돼 더 큰 생산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결국 우리 경제는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효율적인 분야로 재원이 재투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수입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부는 FTA 이익이 소비자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FTA 체결 이후 오히려 시장가격이 상승한 제품이 많은 점은 정부가 성과위주의 FTA 추진에 바빠 국내 유통구조 개혁정책을 등한시했다는 증거다.

정부가 피해집단에 대한 과도한 보상약속을 통해 한·칠레 FTA 비준을 선택한 전례는 FTA 체결 때마다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보상요구를 촉발시키고 있다. 현행 FTA 무역조정지원법을 시행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증액해 직업전환을 촉진하고, 기업지원의 경우 폐업을 포함한 사업전환 관련 지원의 비중을 확대해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기초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FTA 개방정책이 기여한 바가 미흡했던 것도 문제다.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이 진출하는 곳이 법조계·의료계·교육계인데도, 미개방 상태로 머물렀기에 국제 경쟁력을 갖출 기회가 없었다. 그만큼 이 분야 종사자들은 국내 독점의 이윤을 챙겼으나, 소비자들은 그 비용을 지급했다. EU와 미국에 법률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한 것은 우리 로펌들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임을 선언한 셈이다. 교육 및 의료시장 개방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양자 FTA들을 상호 연결해 FTA 간 상응성을 높이고 경제블록 간 공통분모를 넓히는 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광역 FTA 협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원산지 규정의 통일 작업 등에도 우리의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가올 또 다른 10년은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 내실 있는 기간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mchoi@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