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르완다 합작사 직원들이 설치 중인 LTE 통신망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사진 위) 나이지리아인 할머니가 라고스 이케자몰 삼성매장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고 있다.(사진 아래) 김현석 기자/전설리 기자
KT의 르완다 합작사 직원들이 설치 중인 LTE 통신망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사진 위) 나이지리아인 할머니가 라고스 이케자몰 삼성매장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고 있다.(사진 아래) 김현석 기자/전설리 기자
“자동차보다 스마트폰이 먼저라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뜨겁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잡지 ‘비즈니스먼슬리’를 든 케냐인 이자키엘의 말이다. 이 잡지 12월호는 커버스토리로 삼성의 ‘갤럭시S4’와 LG의 ‘G2’를 심층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아프리카 모바일시장의 성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주요 국가에서 스마트폰 판매는 매년 100%씩 늘고 있다. 유선전화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무선통신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이 두터운 아프리카의 인구 구조도 무선통신시장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 탄자니아 모바일 매출 5억달러 예상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솟아있는 무선통신탑들. 김현석 기자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솟아있는 무선통신탑들. 김현석 기자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쇼핑몰 퀄리티센터 내 삼성전자 매장은 고객들로 북적댄다. 라구 세티 매니저는 “매일 수백 명이 매장을 찾고 이 중 20~30명이 고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 간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모바일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04년 7600만명에서 2013년 6억5400만명으로 10년 새 10배가량 늘었다. 인구 10명 중 6명이 휴대폰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 비중도 커지고 있다. 장동하 삼성전자 탄자니아 지사장은 “지난해 1월 5%였던 스마트폰 비중이 9개월 만에 3배가량 높아져 10월 14%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억달러였던 모바일 부문 매출은 올해 1억8000만달러, 내년 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품 선호 현상도 뚜렷하다. 삼성전자 나이지리아 법인의 경우 최신 제품인 갤럭시S4와 노트3의 비중이 전체 모바일 부문 매출의 50%가 넘는다. 태블릿PC도 지난해 초엔 월 8000대 정도 팔렸지만 최근엔 2만대까지 늘었다.

크리스티앙 미농구 아프리카연합(AU) ICT부문 정책자문위원은 “유선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소득이 증가한 중산층이 유선전화 대신 휴대폰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냐 ‘사파리콤’ 등 통신사 급성장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모바일의 역할은 통신수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선거관리까지 모바일을 활용하는 국가들이 있다.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의 결제서비스시스템 ‘엠파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파리콤은 지역 은행 등 금융사들의 영업망이 넓지 않은 점을 이용해 엠파사를 개발했다. 회원들은 곳곳에 있는 ‘엠파사 숍’에 예금한 뒤, 휴대폰에서 엠파사를 이용해 돈을 주고받거나 공과금도 낼 수 있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케냐 성인의 75% 이상이 회원이다. 매년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는 액수가 엠파사를 통해 결제된다. 엠파사는 결제 편리성만 높인 게 아니다. 과거엔 회사 임원들이 은행과 짜고 직원 월급을 떼어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엠파사로 월급을 받게 되면서 급여 체계가 투명해졌다. 정부는 엠파사로 세금을 걷으면서 징수율이 높아졌다. 엠파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중동 국가는 물론 인도에까지 수출됐다.

사파리콤은 휴대폰을 이용한 소액대출서비스인 ‘엠스와리’도 운영한다. 아예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중소사업자나 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케냐의 창가므카라는 회사는 엠파사를 이용해 휴대폰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엠파사를 통해 조금씩 보험금을 적립하고 비상시에 꺼내 쓰는 방식이다.

느지코아 와이타 사파리콤 홍보담당 이사는 “지난해 5월 대선 때는 정부에서 개표 정보를 전송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며 “현재 각 정당의 중앙당이 지방 사무소에 돈을 배분하는 일도 엠파사를 통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로비(케냐)·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남윤선 기자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