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찾아 헤매는 KAIST 공학박사…왜냐고? 풍수지리는 곧 과학이니까
“명당은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봅니다.”

17년째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문호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60·사진). 1981년 27세의 나이로 교수에 임용돼 영남대 최연소 공대 교수란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관념의 풍수이론을 과학의 범주로 끌어들인 주인공으로 꼽힌다. 최근 풍수과학을 다룬 ‘명당’을 출간한 이 교수를 대구 영남대 경영대학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환경계측 감시용 카메라, 비시추 지질탐사기 등을 개발했다. 그는 ‘명당’에서 그가 주요 기업인 가문의 묘소를 찾아다니며 확인한 풍수와 부, 명예, 자손 번성 등의 상관관계를 소개했다.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수와의 인연을 먼저 물었다. “1998년 고향인 경북 고령에서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묫자리를 봐주러 온 풍수가를 따라다니다 ‘풍수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가 풍수에 매달리기 시작한 건 2001년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에 풍수 전공이 개설되면서부터다. 이 교수는 주말이면 대학원생들과 전국의 묘소를 찾아다니며 토질과 형태를 분석하고 묘 주인의 후손 수를 조사했다. 그동안 돌아본 묫자리만 1만5000기에 이른다.

이 교수는 지난해 4개월에 걸쳐 전기비저항 장비를 이용해 전국에 있는 후손이 번창한 집안, 국내 주요 기업 창업자의 조상 묘소 등 20여곳을 찾아다니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혈(穴)’의 존재였다.

“명당은 관을 묻는 지점 아래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덩이가 아니라 암석층이 있고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자연적인 구덩이더라고요. 조상 묘소가 혈에 위치한 명당일 때 대부분 후손 수가 많거나 부자인 후손이 나타났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증조부모 묘소를 최고의 명당으로 꼽았다. “대구 봉무공원에 있는 증조부모 2기 모두 인근 함지형(창고형) 산에 위치해 있는 등 명당의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하더군요.”

공학 공부를 시작한 지 40년, 이 중 12년 동안 풍수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 그는 소회를 밝혔다. “상당수 묘소는 접근이 힘들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전통 풍수이론을 과학적 논리 전개와 검증을 통해 제도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