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팔, 한국서 고속성장 비결은 "제품 개발부터 한국형으로 만들죠"
프랑스 주방용품 브랜드 ‘테팔’로 유명한 그룹세브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품 이름을 바꾸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구상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주방용품 ‘매직핸즈’의 원래 제품명은 ‘인지니오’다. 프라이팬과 냄비 등 주방용품 손잡이를 분리해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다.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사장(사진)은 “인지니오의 뜻을 알 수 없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대박이 났다”며 “열센서프라이팬(원래 이름 ‘서모스팟’)도 이름을 바꾼 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룹세브가 판매하는 믹서기의 볼(식재료를 담는 용기)을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꾼 곳도 한국뿐이다. 팽 사장은 “플라스틱은 식재료의 색과 향이 밴다는 선입견이 있어 유리로 바꿨다”며 “내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쓰기 좋고 편한 게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룹세브의 한국법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룹 내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팽 사장은 “예전에는 본사에서 나온 제품을 한국형으로 보완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제품을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한국형’으로 만든다”며 “창의적인 한국의 시도를 본사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주요 시장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지난해 처음으로 그룹세브 대륙별 매출 가운데 서유럽을 제치고 1위(점유율 24%)를 차지했다.

팽 사장은 이화여대(석사)를 나온 뒤 AC닐슨코리아, 코닝코리아를 거쳐 1997년 그룹세브 한국법인이 생길 때 차장으로 합류했고 마케팅과 영업 부문을 거쳐 2009년 사장이 됐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