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영화추천 서비스 '왓챠' 내놓은 프로그램스 "취향 분석해 맞춤형 추천"…네이버 영화 추월
포털사이트나 블로그의 영화 평가만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다. 개개인의 영화 선호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기 때문이다. 인터넷 지식검색 서비스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은데, 볼 만한 다른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식의 ‘취향’을 반영한 질문이 넘쳐나는 이유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한 영화 추천 프로그램 ‘왓챠(Watcha)’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8월 웹사이트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올 1월 이용자들이 별점을 매긴 영화 평가 건수가 500만건을 기록해 당시 480만여건이던 네이버 영화를 추월했다. 5월 말께 1000만건으로 훌쩍 뛴 데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한 지 2주 만인 지난 7일 1760만개를 넘어섰다. 4월부터는 구글코리아와 제휴해 지식그래프 검색 결과에도 영화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스 직원들과 박태훈 대표(앞줄)가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프로그램스 직원들과 박태훈 대표(앞줄)가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수학 알고리즘에 소셜 기능까지

프로그램스는 정보기술(IT) 벤처업계에서 대표적인 기술기업 중 하나다. 왓챠의 영화 추천도 사람의 주관을 반영한 기존의 영화 추천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용자가 이미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수학적 알고리즘을 돌려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 이용자와 영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가려내, 아직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그들이 매긴 별점을 토대로 예상 별점을 계산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비슷한 알고리즘을 먼저 적용했지만 지금은 왓챠의 기술력이 이에 못지않다. 김민석 마케팅담당은 “예상 별점과 이용자들이 실제 매긴 별점을 비교해보면 넷플릭스의 기술력에 뒤지지 않는다”며 “특히 취향이 엇갈리는 영화에 대한 추천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셜’ 요소까지 가미했다. 프로그램이 영화를 추천할 때마다 ‘내 친구가 재미있게 본 영화’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 등의 설명을 곁들였다. 김 마케팅담당은 “어떤 영화가 이용자의 입맛에 꼭 맞는다는 기술적 결과가 나와도 왜 그 영화를 봐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익

서울과학고와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박태훈 대표는 대학 시절 ‘추천’ 서비스에 꽂혔다. 고교·대학 후배인 오경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설득해 2010년 소셜커머스 쿠폰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개발자들로 이뤄진 팀인데, 영업 비중이 더 큰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템을 찾다가 영화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영화는 안 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누구나 즐기는 아이템이고 인터넷에 추천 수요도 많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주일 만에 오 CTO가 테스트 버전을 만들어보고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왓챠 서비스의 시작이다.

24시간 영업하는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매일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하도 커피 리필을 많이 받다 보니 커피숍이 ‘3시간 내에 한 번만’ 가능하게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수익모델이 없지만 곧 제휴를 통해 영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연동, 수수료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책으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 시장 반응을 조사하다 보니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 한 시간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모든 영역에서 적절한 추천을 통해 이런 고민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