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 2, 3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되니까 나머지 단지들이 초조해하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몇 년씩 사업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한 추진위원회 관계자)

서울 개포지구 내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추진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개포2, 3단지 정비계획안이 가장 먼저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 등 5개 단지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사업 추진 동지’였다. 지난 2월 말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의 ‘소형주택 확대 요구’에 규탄집회를 여는 등 공동대응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단지의 연합전선이 느슨해졌다. 일부 단지의 정비계획안 통과로 사업진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더욱이 서울시는 5개 단지의 전체 가구 수(1만2411가구)가 워낙 많아 동시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단지별로 사업시기를 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강남권 재건축사업에도 해당되는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에 관한 방법 및 절차’가 신설됐다. 해당 자치구 주택 재고량의 1%를 초과하거나 재건축할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를 초과하면 심의대상으로 삼고, 심의를 통해 최대 1년까지 인가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년간 추가분담금이 유예된다. 때문에 내년 말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유리하다. 재건축 속도가 빠를수록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고 가격이 탄탄하게 유지될 가능성도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포1, 4단지와 개포시영은 2, 3단지와 마찬가지로 소형주택을 신축 가구 수의 30%대로 끌어올려 심의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포시영은 이미 주민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개포1, 4단지도 주민의견을 반영해 새 정비계획안을 가급적 빨리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포동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은 조합원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갈등이 생기면 한 사안에 대해서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늦어지는 게 다반사”라며 “그런데 다른 단지에 밀려 더 늦어질까 주민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