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경. 사진=한경DB
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경. 사진=한경DB
최근 빌라 전세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만 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1분기 빌라와 단독주택 전·월세 거래량이 6만6170건이었는데, 전세는 2만4002건으로 36.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전부 월세였습니다.

빌라 전세 기피가 심해지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졌고, 결국 공급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빌라 공급이 줄어들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질 것이다'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왜 빌라는 서민만 주거하는 곳이 되었을지, 서울에서는 빌라가 싸구려 임대용 주거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국내에서 빌라는 잠시 거쳐 가는 주거 사다리 취급을 받습니다. 빌라라는 주거 사다리를 거쳐서 향하는 목적지는 아파트입니다. 해외의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일본 도쿄에 가보면 고층 아파트 대부분은 복도식에 발코니를 그대로 두고 외벽 마감은 타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부분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임대용이라 실용성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입니다.

멋진 건물이 많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도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예전 주공아파트와 같은 수준입니다. 반대로 빌라는 대부분 고급화되어 부자들은 오히려 빌라를 선호합니다. 베트남 하노이나 호찌민의 경우도 부자들은 국내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빌라에서 거주합니다.

미국 역시 아파트는 대도시에 극소수만 있고 대부분 단독빌라나 단독주택에서 거주합니다. 초고층 아파트는 임대로 주는 경우가 많고 빌라는 내 집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왜 유독 국내에서만 빌라가 서민용 주거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촌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촌 모습. /사진=한경DB
지자체들이 빌라 건축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집장사용 주택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동 간 간격이 좁아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성냥갑 같은 빌라까지 건축을 허용하니 싸고 빠르게 지은 다음 전세를 끼고 파는 빌라가 유행했고, 결국 서민용 주거지가 된 것입니다.

경기도에서는 브랜드를 달고 고급형 빌라 단지가 일부 공급되지만, 서울의 경우 토지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공급이 어렵다는 평이 나옵니다. 그래도 서울 강북이나 1기 신도시 내에서는 고급스러운 단지형 빌라 공급이 가능합니다.

고급형 빌라만 건설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청년층에서 공유주거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임대형 기숙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대형 기숙사는 대규모로 건설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각 시청이나 구청에서 제대로 된 빌라가 건설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건축계획 심의를 해야 합니다. 집장사용 저품질 주택이 더는 공급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대신 용적률을 상향하고 고도 제한도 완화해 아파트만큼 살기 좋은 빌라를 만든다면 빌라는 서민용 주택이라는 인식도 사라질 것입니다.

누구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계획과 공급을 통해 빌라의 주거 품질을 높이면 내 집 마련용으로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화된 주거 형태가 정착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