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식시장에서 게임섹터는 '버려진 섹터'가 됐습니다. 작년부터 '게임주에 미래가 없냐'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게임시장이 침체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작년에 역대급 한해를 보냈습니다. 우선 '발더스 게이트3'이라는 괴물같은 게임이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콘솔게임의 주요 평가 지표인 메타크리틱 스코어가 90점 이상인 대작이 줄줄이 출현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4:RE',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스트리트 파이터 6', '파이널 판타지 16' 등은 다른 해였다면 '올해의 게임(GOTY·Game of The Year)를 충분히 노려볼 만한 타이틀들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부진했던 건 아닙니다. 콘솔이라는 낯선 도전에서 새로운 지적재산권(IP)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업황이 겨울이었다고 느끼는 건 '게임주 =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힘들었다는 건 착시 현상이었다는 말입니다.

주가 부진이 이런 착시현상을 부추겼습니다. 2021년 말과 올해 5월2일의 게임주들 주가를 살펴봅시다.
2021-12-31 2024-05-02 등락률
크래프톤 460,000 243,000 -47.2%
넷마블 125,000 57,300 -54.2%
엔씨소프트 643,000 178,200 -72.3%
펄어비스 138,300 31,900 -76.9%
카카오게임즈 91,000 21,900 -75.9%
위메이드 177,900 47,150 -73.5%
데브시스터즈 105,200 47,650 -54.7%
웹젠 28,900 16,270 -43.7%
컴투스 158,200 40,350 -74.5%
네오위즈 36,100 21,650 -40.0%
MMORPG 제작사인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네오위즈, 데브시스터즈, 크래프톤은 상대적으로 덜 빠진 경향이 있었습니다. 국내 MMORPG가 치열한 경쟁의 레드오션으로 이익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캐쥬얼, 콘솔 등은 여전히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제왕으로 군림하였던 게임사들이 다시 그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입니다. MMORPG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들은 영업 환경이 점점 더 힘들어 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래 그림은 국내 MMORPG 시장 규모입니다. 국내사 MMORPG 톱(Top) 20의 매출액을 합산 시장 규모라고 정의했습니다.
국내 MMORPG 시장 규모. /출처=센서타워
국내 MMORPG 시장 규모. /출처=센서타워
MMORPG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조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 공식을 모두가 파악해 ‘미 투’ 게임이 차례로 리니지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질되고, 시장의 성장마저도 담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반면 콘솔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는 회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콘솔 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공략을 시도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게이머의 눈높이도 AAA급에 맞춰져 있어 공략하기 까다로운 시장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최근 <데이브 더 다이버>가 'K-콘솔 게임'의 효시를 쏘아 올렸고, <스텔라 블레이드>는 아마존 PS5 게임 베스트 셀러 1위와 영국 주간 패키지 게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게임사의 국내에 편중된 매출도, 서구권에서 의미있는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출처=시프트업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출처=시프트업
콘솔 게임 시장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 장르 이해도, 아트, 스토리텔링 역량 등이 없으면 도전하기 힘듭니다. 서구권에서는 PC보다 콘솔 게임이 더 주목받는 시장입니다.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할 수 있어야 서구권 시장으로의 매출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콘솔 게임에 진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게임사가 프리미엄을 받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국산 게임 재도약을 위한 3대 추진 전략과 12개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콘솔 및 인디게임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6300억원 조성을 목표하고 있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우수 IP 보유 및 활용게임 및 해외 수출 게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완성보증 및 이자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게임이용자 권익보호센터(가칭)을 설립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과 MMORPG만 고수하는 게임사는 점점 더 힘든 영업환경에 처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상장 게임사들과, 주목할 만한 투자 포인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단, 시프트업은 현재 비상장 기업이므로 제외하였습니다.

네오위즈 : 새로운 IP로서 입지를 다지다

2023년 가장 뜨거웠던 국내 게임사는 누가 뭐라해도 네오위즈입니다. 게임스컴에 이어 웨비어워드 3관왕을 달성했고 출시 5개월만에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700만명을 돌파한 'P의 거짓'은 네오위즈의 새로운 주력 IP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네오위즈는 DLC(게임 발매 후 유료·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추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올해 출시 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DLC 판매량은 생각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P의 거짓'의 판매량은 다소 과소평가 된 감이 있습니다. 이는 게임패스 효과입니다. 게임 패스에 입점함으로서 초기 개발비는 빠르게 회수했을 지 모르지만, 게임패스 가입자들은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판매량에서 손해를 봤을 겁니다.

그러나 DLC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게임패스 구매자들도 정가에 구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엔진과 아트 등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업 속도도 빠릅니다. 때문에 부담없이 수익성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P의 거짓'의 차기작 개발이 확정됐습니다. 누적 이용자 수 700만이라는 기록은 유의미한 글로벌 팬덤의 확보를 뜻하고, 이는 향후 게임패스의 도움을 꼭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네오위즈 측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해 줬습니다.

현재 국내 게임사 중에서 콘솔 게임 개발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게임사로서, 네오위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네오위즈 'P의 거짓' 누적 이용자 수 700만명 돌파. /이미지=네오위즈
네오위즈 'P의 거짓' 누적 이용자 수 700만명 돌파. /이미지=네오위즈

펄어비스 : <붉은 사막>, 긴 기다림에 보답할 차례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성공 신화는 모바일로 이어졌고, 그 도전은 콘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붉은 사막'은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쳐 게임으로, 2025년 출시 예정입니다.

'붉은 사막'은 2019년 첫 개발 소식을 알린 이후 출시가 지속적으로 연기됐습니다. 그 영향으로 펄어비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였습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붉은 사막'이야말로 펄어비스의 미래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미지=펄어비스
이미지=펄어비스
회사측에서는 붉은 사막의 개발은 거의 완료 단계에 들어갔으며, 플랫폼 조율이나 글로벌 현지화 등에 대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직접 퍼블리싱을 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독일 게임스컴에서도 붉은 사막 게임 트레일러는 500만 뷰를 넘겼습니다.

펄어비스는 '검은 사막' 단일 IP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회사입니다. '붉은 사막'은 펄어비스 자체 IP를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콘솔 시장에서의 대작을 내놓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회사라는 걸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검은 사막'은 2015년 발표 당시 최고 퀄리티의 그래픽과 훌륭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펄어비스가 개발력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출시 지연으로 인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스타 2023과 게임스컴 등의 반응을 살펴보면 개발 지연이 충분히 이해되는 수준의 퀄리티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재무적으로도 개발비 부담과 '검은 사막' IP의 노후화로 인해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붉은 사막'은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 판단됩니다. 출시 시점이 문제일 뿐, 흑자전환은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또 '검은 사막'과의 연계도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 MMORPG로 서비스되고 있는 '파이널판타지 14'의 경우 '파이널 판타지 16'의 출시 이후 연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붉은 사막'과 '검은 사막' 또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카카오게임즈: K-콘솔 게임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람들이 흔히 카카오게임즈에 대하여 모바일게임 사업만 영위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자회사 중 K-콘솔 게임 진출의 ‘다크호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입니다. 이 회사의 김희재 대표는 넥슨과 네오위즈 등 유명 게임사에서 '피파 온라인 1·2',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등을 성공시킨 스타 개발자입니다. 주요 멤버들 또한 넥슨, 네오위즈, 넷이즈를 거친 핵심 인재들입니다. 때문에 개발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멤버들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철학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류에 휩쓸려 잘 알지도 못하는 장르를 개발하였다가 처참하게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는 오히려 장르에 특화된 개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비슷한 기업으로는 대전략 장르에 특화된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대 전략 게임인 '크루세이더 킹즈 3'은 전세계적으로 300만장을 판 대 흥행작입니다.
K-게임의 미래, 콘솔 게임에 주목하라 [이상민의 금융 역발상]
이미지=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이미지=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간혹 주류 장르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비주류 장르가 전세계적인 대박을 친 경우는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오락실등에서 기기로 하는 게임)과 미소녀 장르가 암흑기이던 시절에 '아이돌 마스터'라는 게임이 처음 등장합니다. 당시 소니는 “이런 게임이 팔리겠냐”면서 플레이스테이션3 이식을 거절하였고 하는 수 없이 '아이돌 마스터'의 가정판은 Xbox360으로 출시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돌 마스터'는 닛케이신문이 관련 시장의 규모가 100억엔대에 달한다고 평가하는 IP가 됐습니다. 소니는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비주류 장르도 대박이 충분히 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비주류 장르를 무시하는 투자자들은 어쩌면 '아이돌 마스터'라는 대박 IP를 거절한 소니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희재 대표는 "개발자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게임의 퀄리티를 높게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스팀과 같은 플랫폼으로 인하여 판매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라는 회사는 △서구권 진출을 타겟으로 했으며 △코어 유저를 노린다는 점과 △콘솔 친화적인 게임사라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 내에서도 가장 특이한 포지션에 있는 회사입니다.

때문에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라는 알려지지 않은 회사 하나로 인해, 카카오게임즈를 ‘K-콘솔의 다크호스’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지나친 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주목할만한 게임은 뭐가 있을까요?

이 회사는 3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SRPG+로그라이트 라는 특이한 포지션인 '로스트 아이돌론스 : 위선의 마녀', 로그라이트 코옵 슈터 게임 '블랙아웃 프로토콜', 동명의 인기 웹소설 IP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검술명가 막내아들(가제)' 등입니다.
이미지=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이미지=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신작은 총 6종입니다. '롬', '프로젝트V', '프로젝트C', '가디스오더', '블랙아웃 프로토콜', '로스트 아이돌론스 : 위선의 마녀' 등이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내놓을 신작의 3분의1을 담당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는 주목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모바일, 콘솔 양면으로 라인업이 준비돼 있는 회사입니다. 또 SRPG, 액션, 슈터 등 장르적 다변화도 가장 다채로워졌습니다.

카카오게임즈를 두고 혹자는 ‘단일 IP에 의존하는 게임사’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상민 Pluto Research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