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쿠리야 열풍'…아부다비제철소 수주 유력
‘중동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고유가로 중동 지역에 오일 머니가 넘치는 데다 산업 다변화를 위해 중동국가들이 각종 대형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중동 붐’이 토목·건설 일색이었다면 최근에는 제조 의료 금융 등 비(非)건설 분야로 진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4일 플랜트 전문매체인 MEED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시장 1위는 점유율 23%(160억달러)로 한국이 차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조(兆)단위 대형 프로젝트는 한국의 독무대다. 아부다비 무사파 지역에 건설하는 연산 160만 규모의 제철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엠코 등으로 이뤄진 현대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아부다비 오산그룹의 아흐메드 살레 알 야페이 회장은 “1990년대까지는 유럽, 2000년까지는 일본의 시대였다면 현재 중동에선 한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플랜트 수주 글로벌 기업 ‘톱10’(2010년 6월~2011년 3월)에 한국 기업은 6곳이나 들어 있다.

현재 중동에서는 사우디의 50만호 주택 건설, 카타르의 2022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루사일 신도시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계획 또는 진행 중이다. 각국 정부는 관련 사업에 경험이 많고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중동 건설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난 15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 일변도였던 한국과 중동의 관계는 의료, 금융을 비롯해 제조업으로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부다비국립은행 등 정부 기관이 한국의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국내 강소기업들의 UAE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아부다비투자청은 한국 투자를 위해 자금을 굴릴 운용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중동 관계 진화의 열쇠는 ‘포스트-오일’이다.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대비해 중동 각국이 산업 다변화 정책을 꾀하면서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가 대기 중이다. 모하메드 오마르 압둘라 아부다비경제개발부 차관은 “고속성장을 경험한 한국이 최적의 모델이자 비즈니스 협력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차이나’를 고민해야 할 한국으로서도 중동을 전략 지역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응천 KOTRA 중동본부장은 “남미는 유럽 텃밭이고, 아프리카는 먼 미래의 시장”이라며 “5억명의 인구에 이슬람이라는 단일 문화를 가진 시장이라는 게 중동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