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각각 단기 주가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골든크로스'는 주가 상승 신호,'데드크로스'는 하락 신호로 해석한다. 주식 투자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상식'으로 통하는 이론이지만 통계적으로 검증하면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사진)는 20일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 동안 증시에 상장한 모든 종목에서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간 골든크로스는 3만6000여건 발생했다"며 "골든크로스 발생 30일 후 주가가 오른 경우는 45.7%로 내린 경우(53.4%)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기간 일반 종목의 주가가 특정 시점 30일 후 오른 경우는 전체의 46.1%로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종목보다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고 내려오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종목의 주가가 30일 후 오른 경우도 45.8%였다"며 "이로 미뤄 골든크로스는 상승 신호를,데드크로스는 하락 신호를 보낸다고 해석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개별 주식의 일별 · 주별 상승폭을 토대로 주가를 예측하는 '캔들 패턴' 역시 적중할 확률은 51%에 불과했다. 문 교수는 "동전을 던져 앞면 · 뒷면이 나올 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많은 증권사들이 주가 움직임을 분석할 때 쓰고 있는 '변동성 비율(베타)' 역시 현실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주식의 내재가치를 기반으로 한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주식을 매입하면 1년 이후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71%에 달했다. 주가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한 뒤 평균 주가로 회귀할 가능성을 분석하는 '볼린저 밴드' 역시 기술적 분석 중에서는 드물게 효과가 있었다.

문 교수는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 상당수가 여전히 구약성서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객관적 분석 없이 말로만 외치는 '제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꼴"이라고 일침을 놨다.

문 교수의 시도는 국내 계량분석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이 문 교수의 작업을 따라가면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은 매주 금요일 문 교수의 분석을 독점 연재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