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자(월요일) 천자칼럼 <매춘세(稅)>

프랑스의 루이 15세 시절 재무장관에 임명된 에티엔 드 실루에트는 계속된 전쟁으로 바닥난 국고를 채우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금을 거둬들였다. 심지어 숨쉬는데 필요한 공기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진 탓에 실루에트는 여덟달 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17세기 영국에선 창문세를 부과했다. 1688년 윌리엄 3세가 명예혁명으로 왕위에 오른 후 반란 진압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벽난로에 과세하다가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렸다. 잘 사는 집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부유세였다. 세금을 피하려고 앞다퉈 창문을 없애는 현상이 벌어졌다. 낭만적 건축의 대명사로 통하는 '프랑스 식 창문'도 실은 세금 회피의 산물이다. 당국이 창문 폭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자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창문이 유행했던 것이다.

과세자 입장에선 아무리 많이 걷어도 부족한 게 세금이다. 한푼이라도 더 긁어내려다 보니 희한한 명목의 세금도 많았다. 1세기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변소에서 수거한 오줌으로 양털의 기름기를 제거했던 섬유업자들에 오줌세를 물렸고,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수염 깎기를 거부하는 귀족들에게 수염세를 부과했다. 1951년 지방세법 개정 이전엔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도 요정 출입자에게 물리는 입정세(入亭稅)를 비롯 전봇대에 매기는 전주세,개주인에게 부과하는 견(犬)세 등이 있었다. 피아노와 선풍기가 귀하던 시절이라 피아노세와 선풍기세를 받기도 했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만세 탄산음료세 포테이토칩세 선탠세 트랜스지방세 같은 기발한 세목이 잇따라 추가되고 있다. 독일 일부 도시에선 매춘세까지 등장했다. 도르트문트와 본이 대표적이다. 접대부들이 하루 8시간 '일'을 하려면 자동발매기에서 6유로짜리 티켓을 사야한단다. 티켓 없이 영업하다 걸리면 벌금이 부과된다. 납세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이지만 시의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 모양이다. 도르트문트는 연 75만유로(약 11억4000만원),본은 30만유로(4억5600만원)의 세수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그동안 절대 금기로 여겨온 교황청 면세 혜택을 철회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감세 축소'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세금에는 무슨 명목을 갖다 붙여도 불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재정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해도 그렇다. 무리한 세금 부과는 생각지 않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