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대체거래소(ATS)가 생긴다. ATS의 특징은 거래 비용이 싸고 거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거래소와 경쟁체제를 구축하면 자본시장 인프라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ATS 선점을 위한 경쟁도 벌써부터 치열하다. 골드만삭스와 차이엑스(Chi-X)글로벌 등 ATS 경험을 가진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한국 시장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물론 키움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ATS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간 합종연횡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해외 '큰손'이 대상 1순위

국내 자본시장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거래 비용과 체결 속도는 아니다. 세계에서도 하위권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ATS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의 설명을 빌리면 "ATS는 자본시장의 스마트폰과 같은 것으로 도입을 늦추면 우리 시장이 노키아와 같은 입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ATS는 주식 등의 거래만 중개한다. 상장이나 시장감시,청산 · 결제기능이 없다. 비용이 적게 들어 수수료가 낮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120여개의 ATS가 운영 중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증시의 42%,유럽 증시의 30%에 이른다.

ATS의 매매 대상은 주식 등 상장주권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거래의 7~8%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가 ATS 고객 1순위"이라며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거래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거래를 하기 때문에 속도와 비용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문 속도 문제로 증권사 DMA(직접주문)를 활용 중인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ATS 도입에 관심이 높다. 국내 선물 · 옵션 시장의 30~40%를 점유하는 알고리즘 거래가 ATS 등장을 계기로 주식시장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 대우 우리 키움 등 잰걸음

글로벌 ATS 업체 인스티넷의 자회사인 차이엑스 임원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ATS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다크풀 서비스 '시그마엑스'를 운영해온 골드만삭스도 국내 업체들과 활발하게 접촉 중이다. 미국 전자거래시스템의 대표주자인 배츠(Bats)글로벌마켓과 다이렉트에지(Direct Edge)도 국내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ATS 지분 보유 한도를 30%(금융위 승인을 받은 금융회사의 경우)로 제한했기 때문에 외국사의 ATS 독점은 불가능하다. 국내사 역시 ATS 사업에 진출하려면 연합 작전이 필수적이다.

2008년 인스티넷과 함께 다크풀 서비스인 '코리아 크로스'를 운영했던 삼성증권은 담당자가 해외로 나가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TS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증권은 지분율 30% 확보 방안을 놓고 산은금융지주와 협의에 들어갔다.

중소형사 중에선 키움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 거래 비중이 60%에 달해 지난해 부담한 수수료만 170억원"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ATS 운영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가 기준이 자본금 500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진출 장벽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최근 사업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유동성 인센티브가 관건

ATS의 성공 열쇠는 유동성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들에 수수료를 리베이트(인센티브)로 돌려주는 메이커테이커(maker-taker) 체계가 필요하다"며 "ATS가 자체 회원을 두고 수수료를 차등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사항을 반영해 내년까지 세부 규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마켓메이커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해외 초단타 거래 업체인 겟코 등도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초기라 관심이 뜨겁지만 수익성 계산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벤치마크 대상인 차이엑스가 지난해 14억원 흑자에 그친 것처럼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ATS 간 리베이트 경쟁이 불붙으면서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해외와 달리 국내 기관들은 속도와 비용에 아직 둔감한 편"이라며 "얼마나 많은 수요를 이끌어낼 것인지가 수익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대체거래소나 대체거래시스템으로 불린다. 상장업무와 시장 규제 등의 기능은 하지 않고 주식거래 중개 기능만 수행한다. 인원과 비용이 적게 들어 주식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김유미/안상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