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축銀 '리스크 통제구조' 바꿔야
부실 저축은행 조사과정에서 일부 금융감독원 출신 상근감사들의 비리 연루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금감원에 대해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벌어진 불법대출사건과 제일저축은행의 대량 예금인출사태는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불안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전직 금감원 인사들의 낙하산 감사 취임,현직 금감원 직원이 저축은행 경영진과 맺고 있는 유착관계,그리고 그로 인한 부실감사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상근감사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상근감사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상당한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실패하는 이유를 보면 자명하다.

지금까지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들은 리스크 관련 전문성이 낮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루기 편한 인사들을 사외이사 및 리스크 관리위원으로 임명해 놓고는 그들을 거수기로 활용하면서 독단과 부정을 저질러 왔다. 고소득 부업직종에 뽑힌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사외이사가 어떻게 그 은혜를 잊고 CEO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는가?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역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준법감시인,리스크관리위원회 등과 같은 다양한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번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CEO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리스크 통제구조를 갖추는 것이 이번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핵심이다.

이를 위해 상근감사 및 사외이사들로 하여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감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리스크통제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이외에 금융감독 및 검사기능과 관련된 금감원의 혁신방안 중 고려돼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권을 한국은행 및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분산하는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검사 전문성 강화 및 중복규제 최소화,금융사건 대응의 신속성을 위해 통합한 검사권을 금융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돌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금감원의 감독업무 독점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검사업무의 중복에 따른 혼란과 부담 증가라는 단점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둘째, 금감원의 검사기능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면 견제와 균형 기능을 달성하면서 거시금융건전성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위원회 설립도 검토해 볼 만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회사 간 위험연관에 의한 전염효과로 인해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국가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외환 통화 등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및 중앙은행,미시감독권한을 가진 금감원,전문성을 가진 민간전문가 등을 활용해 금융안정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미시 · 거시 금융감독이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사후보에 대한 인력 풀을 만들고 인력수급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CEO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도록 감사에게 실질적인 권한도 부여해야 하며,사외이사 및 리스크관리위원의 전문성 검증 절차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현행 제도 자체를 변경해 현재 감사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 기관에까지 혼란을 주기보다는 감사들에게 더 많은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더 높은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